우리는 확실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과거의 참사보다, 어쩌면 피할 수도 있는 미래의 불행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 것이 옳다. 스피노자의 결정론은 이러한 논증에 대해 해답을 내놓는다. 우리는 무지 탓에 미래가 변경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고, 미래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변경되지 않도록 고정되기 마련이다. 바로 그것이 희망과 공포가 비난받는 이유다. 희망과 공포는 둘 다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견해에 의존하며, 지혜가 없어서 생겨난다.
스피노자의 사고방식은 공포의 전횡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자유로운 인간은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한 명상을 통해 지혜를 얻는다." 스피노자는 이러한 지침을 삶 속에서 그대로 실천했다. 그는 죽음을 맞는 날에도 끝까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파이돈』의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흥분하지 않았으며, 여느 날처럼 흥미로운 문제에 골몰하며 대화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