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이다. 4·3은 잊을 만하면 다시 피어나는 풀꽃처럼 다시 살아나는 기억 말이다. 또한 우리는 보았다. 그 진실의 실체를, 소문의 실체를 똑똑히 목격하였다. 매일 비행기가 새처럼 앉았다 일어서는 저 정뜨르비행장(제주국제공항) 활주로 깊고 오랜 어둠의 구덩이에서 보았다. 그 비행장으로 끌려갔던 수많은 주검의 실체를 보았다.
정뜨르비행장이 국제공항으로 변하고
하루에도 수만의 인파가 시조새를 타고 내리는 지금
‘저 시커먼 활주로 밑에 수백의 억울한 주검이 있다!’
‘저 주검을 이제는 살려내야 한다!’라고
외치는 사람 그 어디에도 없는데
샛노랗게 질려 파르르 떨고 있는 유채꽃 사월
활주로 밑 어둠에 갇혀
몸 뒤척일 때마다 들려오는 뼈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빠직 빠직 빠지지직
빠직 빠직 빠지지직
- 김수열, <정뜨르비행장>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