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아장아장 달리더니, 결국 우리 집 현관까지 따라왔다.
원래, 이 개는 연병장 구석에 내버려졌던 것이 틀림없다. 그날 산책의 귀로에, 나에게 치근덕거리면서 따라왔을 때에는 볼품없이 마른 것이, 털도 빠져 있었고, 엉덩이 부분은 거의 민둥산이었다.
나는 내 은덕을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요만큼도 없지만, 조금쯤은 나에게 무엇인가 즐거움이라는 것을 주어도 좋으련만, 역시 버려진 개가 아니던가. 밥도 엄청 먹고, 식후 운동을 하는 속셈일까, 게다짝을 장난감 삼아 무참하게 물어뜯어놓고, 마당에다 널어놓은 빨래를 공연히 애를 써가며 끌어 내려가지고는 뻘투성이로 만들어놓는다.
"이런 저지레는 제발 하지 말아다오. 정말이지 곤란하거든. 누가 너한테 이런 짓을 해달라고 하기나 했냐?" 이렇게, 나는 속에 바늘이 돋친 소리를 한껏 부드럽게, 빈정거리며 말해주는 일도 있지만, 개란 놈은 눈망울을 굴리면서, 빈정거리고 있는 나에게 엉겨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