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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몬트 서곡

2023년 악스트 7/8월호가 아래 글의 출처이다. 소설가 류시은은 화분에 아보카도 씨앗을 심어 키운다. 반려 아보카도.

사진: UnsplashJOSHUA COLEMAN






요즘 나의 최애 화분 아보카도는 부쩍 자랐다. 허벅지까지 오던 키는 명치까지 올라왔고, 늘 대여섯 장을 간신히 유지하던 이파리는 스무 장 넘게 돋았다. (중략) ‘우울한 아보카도’ 시절을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풍성하고 우람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무에게는 뿌리가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땅 위에서 볼 때는 좀처럼 자라지 않는 듯 보일 때에도 나무의 뿌리는 어두운 흙 속에서 착실히 몸집을 키워간다.

앞으로의 시간도 이 어린나무와 함께 무사하고 무탈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모르기에 그런 내일이 기다리고 있기를, 오늘은 믿을 수밖에 없겠다. - 류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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