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겨우살이’는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낼 옷가지나 양식 따위를 통틀어 이른다. 식물에 동일한 이름을 붙인 것은 혹독한 겨울에도 성성하게 푸른 모습 때문일 것이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는 많다. 그중에서도 겨우살이는 특별하다. 땅이 아닌 다른 나무의 가지에 뿌리를 내리는 것도 기이하나 저가 내린 나무가 모든 잎을 떨어뜨리고 죽은 것처럼 고요할 때 정작 그 위에 올라앉은 겨우살이는 푸르기만 하다. 거센 바람 한 번 불면 얻어맞고 금방 떨어질 것처럼 연약해 보여도 어림없다.
비결은 단단하지도, 강하지도 않은 데 있다. 부드럽고 잘 휘어지고 늘어지는 덕에 쉽게 부러지지 않고 붙어살 수 있다. 눈치도 밝아 생장속도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느리다. 이제 겨우 싹을 틔웠구나 싶을 정도면 숙주나무에 5년 이상 기생한 것으로 줄기 깊숙이 뿌리 내린 상태다. - 겨우 그까짓 거 때문에 모든 것의 종말이 왔다: 작고 약하고 사소한 것을 간과한 결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