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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몬트 서곡

ott에서 발견한 일본 영화 '인간실격'(2019)을 보았다, 기엔 부족하고 틀어놓고 대충 딴 일을 하면서 오다가다 시청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영화화한 건 아니고 다자이가 '사양'과 '인간실격'을 쓰던 시기를 담고 있다. 다른 건 다 그렇다치고 우선 다자이 오사무 본인에 비해 배우가 건장해 보여 이질적이었다. 다자이와 미시마 유키오가 만나는 장면이 흥미롭다. 


아래 글은 '제국일본의 사상 - 포스트 제국과 동아시아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김항)가 출처이다.

다자이 오사무(1936)


cf.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두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중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합니까?'에 다자이와 미시마 이야기가 나온다.




평론가 하나다 키요떼루(花田淸輝)는 미시마의 데뷔작 『가면의 고백(假面の告白)』(1949)에 대한 비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다자이 오사무가 (…) 철두철미 반어적으로, 독으로 독을 제압하려 했고, 허구로 허구를 죽여가며, 가면을 쓴 채 가면을 역이용함으로써 얼마나 집요하게 스스로의 진짜 얼굴을 보이려 했는지는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이런 비극은 미시마 유끼오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내 생각에 아무리 다시 볼 수없는 얼굴일지라도 가면 밑에 진짜 얼굴이 있다는 자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은 행복할 터다. 오히려 선망의 대상이 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다자이 세대와 비교하면 미시마 세대는 한층 더 비극적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얼굴이 어떤 것인지 모르며, 가끔 얼굴 그 자체가 진짜로 있는지조차 의심하면서, 그저 가면만을 믿고 한걸음 한걸음 얼굴 쪽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은 스스로의 얼굴을 잃어버린 세대이며, 얼굴 대신에 그들이 소유하는 것은 차갑고 딱딱한 가면뿐인 셈이다.21

21 花田淸輝 「聖セバスチャンの顔」, 『文藝』 19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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