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 나는 배틀그라운드를 정말 열심히 했다. 퇴근 후 저녁 먹고 나면 PC 앞에 앉아 “치킨 먹자”를 외치며 친구들과 밤을 지새운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뜨겁게 빠져들었던 게임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과정을 통해 글로벌 히트작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배틀그라운드, 새로운 전장으로』는 게임 팬으로서, 또 조직과 리더십에 관심 많은 독자로서 꽤 흥미롭고 의미 있는 독서 경험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게임 하나가 대박났다'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성공 이후의 혼란, 조직 내 갈등, 리더십의 변화와 성장,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위한 치열한 고민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크래프톤이라는 회사가 ‘성과 중심’에서 ‘자율과 실험’으로 문화적 전환을 꾀하면서 겪는 성장통은 스타트업이나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다. 성공의 그늘에서 방황하는 조직의 모습은 ‘배틀그라운드’가 그저 운 좋은 게임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칭찬하고 싶은 점은, 이기문 저자가 인터뷰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크래프톤 내부의 실제적인 고민들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는 것이다. 리더십의 실체, 조직 문화의 변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의 실패와 성찰을 굉장히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미화나 영웅담이 아니라, 현실적인 조직의 이야기가 진정성 있게 다가온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일반 독자보다는 경영이나 조직 관리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조금 더 맞춰져 있다는 인상이다. 게임 산업에 대한 기술적 비하인드나 창작 과정에 대한 디테일을 기대했던 독자라면 살짝 아쉬움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또 일부 내용은 약간 반복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어, 흐름이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단순한 게임 성공기를 넘어 ‘어떤 조직이 진짜 강한 조직이 되는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을 제시한다. 배틀그라운드를 좋아했던 유저라면, 그리고 변화를 이끄는 리더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동받고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배틀그라운드에서의 ‘치킨’보다 더 값진 무언가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