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은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두 연인 율리와 타쿠의 치앙마이 여행기이다. 그들이 치앙마이에 간 것은 ‘별 이유는 없고, 한번 살아볼만 할 것 같아서’라는 단순한 이유에서 비롯되었지만, 치앙마이에서 여유 있는 생활을 즐기면서 그들만의 아포리즘을 깨달아 가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다. 나도 그들의 여정을 따라 가면서, 삶의 새로운 단면들, 새로운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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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치앙마이’의 의미는 ‘새로운 도시’라는 의미라고 한다. “태국 북부의 옛 란나 왕국이 치앙라이 (Old City)에서 수도를 옮긴 곳이 치앙마이 (New City)” (P. 152) 그들이 그들만의 여행을 즐기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나도 문득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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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골목 사이사이로 스미기 시작하는 시간, 평일에는 책상 앞, 휴일에는 이불 속에서 보내던 시간이다. 발 닿는 대로 어슬렁거리며 지나친 골목길 풍경은 때론 유명한 관광지보다도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P. 44)
“오히려 일상이란 건 잔잔한 파도인 편이 좋다. 날마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것도 조금 피곤할 테지. 요컨대 일상에는 시시한 구석이 필요한 것이다.” (P.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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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로서 특이한 것은 연인사이지만 성향이 다른 저자들의 에세이가 중간 중간 삽입되어 그들의 여행기 뿐만 아니라, 두 저자 각각의 여행지에서 떠올린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디자이너답게 각각의 에세이마다 별도로 저자를 표기하진 않았지만, 저자 각각을 형상화한 앙증맞은 케릭터들이 에세이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알려주고 있다.
“맛있는 음식, 시원한 마사지, 멋진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값질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을 편하게 가질 수 있는 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p. 82)
저자들은 12월부터 3월까지 치앙마이의 한때를 이 한권의 책으로 남겼다. 바깥에는 여름 햇살이 따끈따끈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는 기분은 어떨까? 치앙마이에 대한 궁금증과 본격적인 여름휴가 시즌에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책이었다. 리스트 중 최상위에 치앙마이가 올라 있는 건 저자들 덕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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