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하는 것이 즐겁지 않은
일이 되었다면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더 이상 야구가 아니다. - 조 디마지오 -
본서 <수학을 품은 야구공>은 수학을 통해 야구를 바라보는 책이다.
수학이라고 하면 지겹고 머리부터 아픈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서문에서 인용한 야구에 대한 조 디마지오의
명언처럼 대표적인 기록과 분석의 스포츠인 야구를 수학을 통해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이는 야구를 사랑하는 이론과 현장의 전문가들이 뭉쳐
‘수학’과 ‘통계’라는 전문화된 툴을 통해 야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모두 4명인데 고동현 마이데일리 스포츠부 기자,
홍석만 고등학교
수학교사, 박윤성 SK
와이번즈 Data
분석그룹 매니저,
배원호 SK
와이번즈 Data
분석그룹 매니저가 그
주인공들이다. 저자들의 면면만 봐도 이 책에 야구 전문가들의 찬사가 쏟아진
이유를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다.
“야구경기를 분석하고 자신만의
시야로 야구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
- 정운찬 KBO
총재 -
“야구를 사랑한다면 꼭 도전해야
할 필독서”
-
허민 (키움 히어로즈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
-
“수학을 통해본 야구가 더
재미있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 -
인상 깊었던 분석 몇 가지를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피타고리안 승률
:
2018년 SK
와이번스의 업셋 우승을
예측하다.
피타고리안 승률은 야구에서 득점과 실점만으로 승률을 예측하기
위해 쓰는 예측 지표를 말한다. 구체적인 공식은 'P(승률) =
득점² ÷
(득점² +
실점²)'이다. 공식의 형태가 피타고라스 공식과 닮아서 피타고리안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 마법과도 같은 공식은 '세이버메트릭스(Sabermetrics,
야구의 수학적 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빌 제임스가 고안해낸
것으로, 프로야구처럼 시즌마다 100경기가 넘는 장기전을 치르는 종목에서는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은
팀이 순위가 높다는 점을 포착하여 만들었다. 놀라웠던 건 실제 승률과 피타고리안 승률과 비교분석한
내용이었다. SK
와이번스의 피타고리안 승률은 두산
베어스에 이은 2위지만, 실제 승률차인 10.1%p에 비해서 피타고리안 승률차는 4.5%p로 절반 넘게 격차가 좁혀진다.
피타고리안 승률이 실제 승률을 예측할
뿐만 아니라 우승 가능성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는 것 같아 놀라웠다.
(실제로 시즌이 지날수록 리그의 실제
승률은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2.
홈런
파크팩터 분석 :
SK 와이번스가 홈런공장인
이유는?
KBO
10개 구단의 구장 크기와 형태는 다
다르다.
10개 구단의 홈구장 중에서
SK의 홈구장이 좌우가 95m,
중앙이 120m로 가장 작고, 두산과 엘지가 사용하는 잠실구장이 좌우가 100m,
중앙이 125m로 가장 크다고 한다. 이렇게 구장간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타구도 어떤 구장에서는
홈런이 되기도 하고, 어떤 구장에서는 평범한 플라이 볼로 둔갑하기도
한다. 이 같은 구장의 특성을 반영하여 지표로 나타낸 것이 홈런
파크팩터 (Park
Factor)이다.
파크팩터는 각 구장의
타자/투수별 유불리함을 나타내며,
1을 기준으로 하여
1보다 크면 타자에게 유리하고 1보다 작으면 투수에게 유리하다.
(p. 72) 구체적인 홈런 파크팩터
공식은 ‘홈런파크팩터 =
(홈경기홈런 +
홈경기피홈런)/홈경기수 ÷
(원정경기홈런 +
원정경기피홈런)/원정경기수’이다. 홈런파크팩터 분석을 통해 SK
와이번스가 홈런공장으로 변모한 이유를
수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3.
세이브의 조건
: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김광현은 세이브를 한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부분은 수십년 동안 야구팬을 자처하면서도
자세하게 알지 못했던 야구지식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이브가 무엇인지 대략적으로 어떤 상황에 인정
받는지는 알았어도, 구체적인 상황에서 세이브로 인정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이
책을 읽으며 명확히 알 수 있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13회 말에 등판한 SK
와이번스의 에이스 김광현은 세이브를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세이브란 팀이 이기는 경기를 마무리하고,
승리투수가 아닌 상황에서 다음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
① 3점 이하로 리드하는 상황에서 등판해서 최소
1이닝 이상을 던진다.
② 베이스나 타석, 혹은 대기 타석에 잠재적인 동점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해서 경기를
지킨다.
③ 3이닝 이상을 던져 경기를 마무리하면 몇 점 차 리드에 나왔어도
세이브가 성립한다.
제시된 세이브의 조건으로 판단해 보면,
2018년 6차전 13회에 등판한 김광현은 당연히 세이브가
인정된다.
영화 머니볼 (Money
Ball)을
기억하는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라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저예산 구단이
빌리 빈 단장의 취임하면서 세이버메트릭스로 대표되는 통계분석으로 강팀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참 감동적인 영화였다.
영화 머니볼은 단지 야구단의 성공 신화를
언급한 것은 아니다. 영화는 ‘돈은 곧 성적’이라는 업계의 잘못된 믿음을 깨뜨리고 새로운 기준으로 저평가된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해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수학의 개념은 야구에서 새로운 가치들을
발견해내는 기준이 되는 것들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일독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