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대통령제를 가진 나라들에서 탄핵 요구는 있었지만 현직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된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무려 2번의 현직 대통령 파면을 겪었다. 물론 국민의 대의를 받들지 않은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받아들이면 민주주의가 잘 운영되고 있다는 방증이므로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더 잘 반영하고 존중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경우보다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통합 차원에서 이슈가 많았다. 특히 4월 18일 퇴임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에서 드러나듯 국민의 통합을 위한 고민의 흔적이 파면 결정문에 고스란히 실렸다. 다른 결정문과 달리 국민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고심했으며, 윤석열 대통령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서술한 것이 주목할 포인트이다.
원래 9인 체제의 헌법재판소이지만 1명이 임명되지 않아 8명만으로 평의를 하고 결정을 했지만 헌법 해석의 논란이 없도록 8명 전원 만장일치 의견이 나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평화적이고 유쾌한 시위 문화를 만들었던 대한민국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에서는 과격한 폭력 사태를 유발한 것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평화적인 방법으로도 충분히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사건 선고 결정문이 나오고 나서는 어떤 법리적 문제를 제기한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선고 전에는 다양한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서 헌법재판소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재판관들의 심사숙고한 노력 덕분에 국민 대통합의 길을 열었다. 이번 선고가 국민의 뜻을 거스른 대통령에 대한 심판의 성격도 있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은 선포한 이후 국회의 탄핵 의결을 통해 2024헌나8의 사건번호를 받은 대통령(윤석열) 탄핵 사건이다.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서 파면되었다.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논란의 소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명쾌한 문장으로 인해 화제가 되었다. 그래서 더 소장해서 필사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결정문은 주문과 이유로 구성된다. 이유는 사건 개요, 심판 대상, 적법요건 판단, 탄핵의 요건으로 시작한다. 이후 이 사건 계엄 선포에 관한 판단, 국회에 대한 군경 투입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포고령 발령에 대한 판단,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에 관한 판단, 법조인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한 판단을 살펴본다. 그리고 피청구인을 파면할 것인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그리고 결론과 3파트의 재판관 보충의견으로 마무리된다.
판단을 위한 각종 증거자료를 토대로 계엄 이후의 사건들이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다. 마치 12.3 계엄사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백서 수준으로 기술되어 있어, 현장에 있지 않아도 당시 어떤 순서로 일이 진행되고, 어떤 명령이 있었으며, 일이 진행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헌법재판서 선고 결정문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울컥할 일인가하는 생각을 해본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건재하고, 민주시민들의 의식수준이 높다는 생각을 다시 해보면서 이런 선고가 가능한 이유를 결론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결정문의 '11. 결론'에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제1항이 언급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핵심은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제도를 통해 충분히 국민과 국회와 소통할 수 있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것이다.
대통령 탄핵 선고 결정문을 빠르게 필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이라 화려하지는 않지만 왼쪽에 결정문, 오른쪽에 넓은 공간에 필사할 수 있는 책이다. 명문으로 소문난 결정문 필사를 하고 싶다면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대단하지만 다시는 현직 대통령의 탄핵 사태를 겪고 싶지는 않다. 6월 3일 대선 이후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조속히 개헌을 서둘러 국민 통합을 공고히 하고 경제적 어려움과 정치적 혼란을 해결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