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텐베르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심상용 교수가 들려주는 특별한 미술사 이야기를 만나보았다. 《돈의 미술사》는 미술의 가격은 대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예술적 가치의 조건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 책은 예술 작품의 가치와 가격을 만들어온 인물과 제도에 집중하며 약 150년의 근현대 미술의 역사를 '돈'의 흐름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톺아보고 있다.

《돈의 미술사》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그림 작품은 많이 볼 수 없다. 대신 경제학 또 가격 형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만날 수 있다. 미술을 이야기하면서 경제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책이다. 가격은 제도적 권위, 사회적 욕망 그리고 투기적 기대감이 함께 작용해서 만든 결과물이다. 이 책은 그 결과물에 대해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예술 경제와 일반 경제의 차이도 보여준다.

1부 인상주의 경제학에서는 미술 시장이 탄생하는 순간을 고갱과 고흐를 등장시켜 설명하고 있다. 둘 중 한 명은 시장의 경제 원리에서 고립되었고 다른 한 사람은 돈의 흐름에 편승하였다. 진짜 고갱이 타히티로 간 까닭이 '셀프 브랜딩'이었을까? 제국의 식민지를 지친 근대 영혼의 피난처로 포장한 작가와 예술을 '아름다운 것'이 아닌 '옳은 것'이라 생각했던 작가의 차이는 무엇일까?
피카소의 천재성은 그의 전위성에 있지 않다. 자본주의 시장이 어떻게 천재 이미지를 만들고 유통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바로 그 가시성에 있다.
2부 가치와 가격의 부조리극에서는 가격이 가치를 추월하기 시작하는 20세기의 상황을 들여다본다. 피카소의 천재성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피카소의 상품성은 누구의 작품일까? 3부 탁란의 시대에서는 금융시장과 예술시장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 바스키아의 급등과 추락은 어떤 의미를 보여주는 것일까? 예술성과는 상관없이 가격이 책정된 작품의 끝은 어디일까? 4부 포획된 예술에서는 제목처럼 경제 논리가, 돈이 지배하는 예술의 세계를 보여준다. 일본에 고흐의 <해바라기>가 있게 된 사연부터 중동의 오일 머니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허스트의 경우는 작품의 내적, 예술적 가치와 무관하게, 단지 단기 유동성의 변동 상황에 따라 급등한 작품가가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가를 여실히 보여 준 사례였다. 제프 쿤스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갤러리, 경매사, 금융기관 그리고 수집가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 미술 가격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주고 있다. 또, 예술성이나 역사적 가치 등 작품 내부 요인이 아닌 미디어와 시장 논리 등 외적 요인이 가격 급상승과 폭락을 만들고 있는 요즘의 미술 생태계를 디테일하게 들여다보고, 앞으로의 미술 세계를 보여주는 정말 멋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