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나탕 베르베르의 세 번째 장편소설《등장인물 연구 일지》를 만나보았다. 첫 만남이었지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찾아서 읽었듯이 조나탕 베르베르의 작품도 찾아서 또 기다리다가 읽게 될 것 같다. 부자父子 작가의 팬이 되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속 세계관이 제자리를 맴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던 참이라서 아들 조나탕과의 만남이 더욱 반가웠다. 새롭다. 이야기의 흐름도, 주인공도.
p.15. 난 사람들 기억 속에 살인마로 남게 될까, 은인으로 남게 될까?
AI 인공지능을 등장시킨 소설들은 많았지만 《등장인물 연구 일지》의 주인공 '이브 39'는 특별하다. 인공지능 이브 39는 개발자 토마에게 이제까지 없었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최고의 미스터리 소설을 써주어야 한다. 세상의 수많은 데이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모를까 세상에 없던 '독창적'인 소설을 만들어내라는 명령 수행이 가능할까? 그런데 이브 39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무엇일까? 개발자와 대화중에 반항을 하는 AI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자꾸 반론을 제시하며 자신의 소설을 무시하는 토마에게 독창적인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인간들을 관찰해야 한다며 눈과 귀에 해당하는 장치를 달라고 조른다. 제목《등장인물 연구 일지》는 소설 속 등장인물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류를 인공지능 이브 39가 연구하는 것이다. 로봇의 시선으로 인간을 관찰하며 소설 속 캐릭터를 찾아 나선다. 인간에 대한 탐구가 시작되면서 소설은 조금씩 심리학과 철학 사이를 오간다. '인간다운 인간'을 떠오르게 한다.

노인 요양 병원을 헤집고 다니던 이브 39는 엄청난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인간의 비열함은 어디까지일까? 소설가 지망생 이브 39보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야기가 결말을 맺는다면 책 띠지의 '이 시대 최고의 미스터리 SF'라는 문구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이브 39는 반전과 함께 등장한 녀석과 혈투를 벌인다. 대체될지도,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갇혀있던 이브 39가 어떻게 그런 용감한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인간도 못할 선택을.
인공지능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어떨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현재)와 영혼(과거)의 시선을 빌려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면 조나탕 베르베르는 인공지능 AI(미래)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고 있다. 인공지능 이브 39의 시선으로 바라본 인간(등장인물)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을 통해서 인간을, 인간을 통해서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색다른'독창적'인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