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승과 저승이라는 환상적인 배경이 바탕이 된 판타지 소설을 만나보았다. 죽은 자들의 세상 저승에 서점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염라가 저승에 서점을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 염라 앞에 선 숙희. 저승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죄로 알고 있었던 자살을 한 숙희가 저승 서점의 관리자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p.55. '아니, 대체 뭘 믿고 이런 능력을 준 거지? 저승, 이대로 괜찮을까?'
삶이 아니라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저승서점》기저基底에는 슬픔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슬픔에 머무는 게 아니라 그 슬픔을 뛰어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특별하고 또 그래서 소중하다. 슬픔보다는 희망이, 어둠보다는 빛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죽은 지 49일이 지나지 않은 영혼이나 명부대로 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이들에게 소중한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저승 서점. 저승 서점과 계약을 맺으면 소원 하나를 이룰 수 있다. 생사生死와 관련 없는 소원은 대부분 이룰 수 있다. 어떤 사연을 또 어떤 소원을 만날 수 있을까? 그들의 소원을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까닭은 이 이야기가 죽음이 아니라 삶을 그리고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죽은 이의 소원은 산 사람을 향하는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슬픔 속에 아이를 찾아 나선 남자의 사연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활발해진 SNS의 순기능보다 더 타격감 있는 폐해 속에 자존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저승 서점》 2편의 출판은 당연할 것 같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잔잔한 슬픔을 희망의 빛으로 바꾸는 저승 서점의 마력을 만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내가 죽고 어머니와 함께 살며 아이를 돌보던 남자는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아이의 실종이라는 괴로운 현실 속에서 무너진다. 이 남자는 버틸 수 있을까? 여자는 어떤 이유로 이승에서의 자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소멸하려는 걸까? 가족의 아픔을 줄여주려는 걸까? 가슴 울리는 먹먹한 이야기들이 이어지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위트 있는 대화가 순간순간 구석구석에 환한 햇살을 비추고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