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팬하우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나의 살인 계획》이라는 제목도 눈길을 사로잡지만 저자 야가미의 이력도 독특하다. 총 조회수 약 4억 뷰에 달하는 대형 공포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만든 미스터리에는 어떤 공포가 얼마나 크게 자리 잡고 있을까? 페이지를 넘기기 전부터 흥미로웠던 《나의 살인 계획》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과 몰입으로 가득 차 있다. 강렬한 첫 문장이 책을 덮을 때까지 머릿속에 맴돌았다.
p.6. 오늘, 나는 또 살해당했다.
미스터리 소설 담당 스타 편집자에서 밀려나 출판사의 한직에서 소설과 상관없는 책을 편집하던 다치바나는 평범한 삶을 무료하게 이어가던 중이었다. 그런 그의 앞으로 심상치 않은 원고가 도착한다. 다치바나 자신을 살인하겠다는 섬뜩한 미스터리 소설 원고. 그런데 다치바나의 반응이 이상하다. 아니 놀랍도록 특이하다. 원고를 보낸 X와 대결하겠다며 승부욕을 불태운다. 미스터리 소설 편집자로서의 추리에 대한 승부욕이라면 이해하겠는데 다치바나는 완전범죄, 완벽한 트릭, 아름다운 살인을 꿈꾼다.
p.48. 이 이야기의 결말은 시작된 순간부터 내 승리로 결정됐다. 날 죽이겠다고? 입만 살아서는. 자, 덤벼라. 잊고 있던 절대적인 자신감이 내 안에 다시 살아났다.
'잊고 있던 자신감' 이제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 현실로 향한다. 현실 속에서 소설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설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나의 살인 계획》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반전을 보여준다고 생각해도 될듯하다. 완벽한 트릭에 흥분한 다치바나는 주변 인물 모두를 의심하며 추리해 나간다. 도대체 X의 정체는 누구일까? 다치바나와는 별개로 우리도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하고, 펼쳐지는 에피소드 모두를 기억해야 한다. 복선, 반전의 재미를 두 배로 느끼기 위해서.
다치바나의 복잡한 심리만큼이나 스토리의 흐름도 단순하지 않다. 입체적인 주인공 다치바나가 조금씩 X에 다가가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다치바나가 바라는 아름다운 살인에 대한 생각이 더욱 흥미롭다. 아름다운 살인이 있을 수 있을까?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위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다치바나의 지난 행적은 자신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이 소설의 백미는 X를 찾은 다음부터이다. 완전히 다시 시작한다. 대반전.
긴박한 심리적인 흐름이 스토리에 속도감을 더해줄 때 놀라운 반전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꽉 채운다. 촘촘한 구성은 프롤로그에서 에필로그까지 이어진다. 다치바나의 슬픔이 꽉 찬, 조금은 색다른 미스터리를 만나보고 싶다면 작가 야가미와 만나보기 바란다. 서슬 퍼런 살기는 찾을 수 없지만 머리에 쥐날 정도의 짜릿한 지적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