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책들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천재적인 스토리텔러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키메라의 땅》을 특별한 형태로 만나보았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가제본. '한정판'처럼 시리즈 번호가 있는 멋진 가제본 도서. 108번. 제목인 '키메라'라는 단어의 뜻을 알고 소설을 만나면 조금 더 편안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키메라 chimera는 하나의 생물체 안에 유전 형질이 다른 세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고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머리는 사자, 몸통은 염소, 꼬리는 뱀인 존재를 가리킨다.
p.81.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는 게 구인류를 멸망시킬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라는 생각은 해봤습니까?
파리 자연사 박물관 지하에서 비밀리에 '변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알리스는 연구소에 불법 침입한 기자의 폭로에 의해 곤란한 처지에 처한다. 무엇을 연구하고 있었을까? 시작부터 강한 소재를 던진다. 원숭이와 박쥐, 두더지 그리고 돌고래와의 혼종을 만드는 연구. 그런데 이 연구가 성공했고 수족관 속의 괴생명체를 기자가 본 것이다.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알리스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부정하며 우주정거장으로 유배?를 떠난다.

이제 이야기는 우주로 확장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알리스의 '혼종' 프로젝트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런 까닭으로 우주인들 사이에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 그러데 그 시각 지구에서는 작은 사고가 트리거가 되어 커다란 나비효과를 만든다. 제3차 세계대전. 이야기 스케일이 우주를 넘어 이제 전 세계를 핵우산 밑으로 밀어 넣는다. 핵 전쟁 속에서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으까? 우주정거장에서 운 좋게 핵 전쟁을 피한 우주인들은 어떻게 될까?

인간들 사이의 분쟁이 지구를 핵 전쟁으로 몰아넣었듯이 인간과 혼종 사이의 분쟁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거기에 하늘을 나는 에어리얼, 헤엄치는 노틱 그리고 땅을 파고들어가는 디거라는 혼종들이 서로 갈등을 겪으면서 그들을 창조한 알리스는 또 다른 고민에 빠지고 만다. 알리스가 고민에 빠지든 말든 소설 속 인류가 결핍에 허덕이든 말든 정말 긴박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너무나 재미나고 흥미로웠다. 6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단번에 만나야만 했다. 끊을 수가 없었다. 다음이 궁금했고 다음을 만나고 싶었다.

하늘을 나는 인류의 혼종은 인간과 어떤 동물의 혼합일까? 공기, 물, 흙 그리고 불. 공중을 날고, 헤엄치고 땅을 파는 혼종들에 이어 불에 해당하는 혼종을 만든다. 불에 해당하는 혼종은 어떤 동물을 통해서 만들 수 있을까? 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혼종들은 또 생존한 인류는 파괴된 지구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상상력이 만든 미래의 지구를 만나는 즐거움도 상당하지만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들려주는 흥미로운 '지식'들이 이야기를 더욱더 풍부하게 또 재미나게 만들고 있다. 디스토피아 속에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파괴된 과거에서 창조된 미래를 그리는 '사피엔스'를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