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범죄 소설의 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형사 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을 만나본다. 그동안 아홉 권의 장편 소설을 만났고 이제 시리즈의 마지막인 열 번째 작품《테러리스트》를 만난다. 아홉 권의 전작들도 훌륭했지만 이번 작품은 마르틴 베크가 그동안 성장한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해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선다.
마르틴 베크는 여전히 전형적인 민완 형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여전히 인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이번에 마르틴 베크와 동료 형사들은 국빈 경호 작전에 동원된다. 미국 상원 의원을 대상으로 벌어질지도 모를 테러에 대비하라는 것인데 철저한 대비에도 사건은 벌어진다. 전혀 다른 대상을 향해 전혀 다른 인물이 방아쇠를 당긴다.
이번 작품은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답게 정말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남미에서 테러가 발생하는데 그곳에 마르틴 베크가 파견한 스웨덴 형사가 있었고, 은행 강도로 의심받던 한 여성은 재판을 통해서 풀려난다. 이 여성 레베카 린드를 통해서 인간의 삶이 틀어지는 순간순간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그런데 흥미롭게 지켜보던 레베카의 삶에 눈시울을 붉힐 수밖에 없는 순간이 찾아오고 그 순간 책장을 잠시 덮고 숨 고르기를 해야 했다.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물리적인 폭력도 테러이지만 약한 자들에게 행해지는 심리적인 폭력도 테러일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 어린 소녀를 대상으로 또 사회 경험이 없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형태의 테러리스트들이 등장한다. 강제로 포르노를 찍어대는 미친 녀석도 등장하고, 사회적인 약자들의 외침을 무시하던 정부의 수장도 등장한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모든 것이 테러일 것이다. 물리적인 것은 물론 심리적인 것들도 폭력 즉 테러일 것이다. 많은 폭력적인 모습이 다양하게 그려진다. 공간적인 배경은 스웨덴이고 시간적인 배경은 1970년대이다. 그런데 이야기 속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이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직도 폭력이, 테러가 만연한 불안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베크의 시크한 농담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마지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다. 이번 겨울에는 열권의 마르틴 베크 이야기를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다.
"엘릭시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