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도 퀴어 소설도 자주 접하는 장르는 아니다. 그래서 이번 달달 서포터즈 2기를 통해서 만난《횡단보도에서 수호천사를 만나 사랑에 빠진 이야기》와의 만남이 더욱 소중했다. 이성 간의 사랑이 등장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로맨스 소설은 처음인지라 설레기도 했지만 무언지 모를 불안함도 있었다.
그런데 시작부터 그 불안함은 안도감으로 바뀐다. 남동생이 누나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전개되는 소설이었던 것이다. 남동생 나루세는 누나에게 자신의 연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루세는 어려서 겪은 사건으로 인해 귀신을 볼 수 있는 아이였다. 성장하면서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다름'을 숨긴다.
p.15. 때때로 흔들리던 믿음이 현실이 된 건 내가 자란 덕이 아닌 멀쩡한 척을 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었고요.
그렇게 성인이 된 나루세에게 만지면 차갑지만 곁에 있으면 따뜻한 사랑이 찾아온다. 죽은 이의 못다 이룬 욕망을 먹는 괴이(귀신)와의 사랑은 어떻게 전개될까? 3시간 먼저 나온 쌍둥이 누나는 어떤 사람일까? 3시간 먼저 나온 누나에게 존댓말로 편지 동생 나루세는 어떤 사람일까? 70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이기에 스토리 소개는 이 정도까지 하는 게 좋을듯하다.
다름을 주제로 만들어낸 엄청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퀴어라는 거부감보다는 사랑이라는 가슴 설렘이 더 컸던 책이다. 이희주 작가의 다른 책을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서점을 찾게 만든 책이다. 천재적인 스토리텔러가 들려주는 '작업 일기'는 이 책이 주는 또 다른 선물이다. 모든 문장을 곱씹어 봐야만 했을 만큼 훌륭한 작품이다.
"북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