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을 힘들게, 상처 받게 하는 건 어른들인듯하다. 특히 부모.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부모들을 마음 껏 미워하지도 못한다. 사랑하는 감정과 미워하는 감정이 뒤섞인 혼란 속에서 아파한다. 『리버 보이』의 작가 팀 보울러의 장편소설《밤을 달리는 소년》의 주인공 지니도 그런 착한 아이다. 지니의 부모는 열다섯 살 지니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나쁜 부모다. 사람이 사람에게 폭력을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힘없는 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끔찍한 범죄행위다.
하지만 이 소설은 가정폭력을 소재로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 큰 폭력의 어둠이 지니를 기다리고 있다. 그 어둠은 지니를 달리게 만든다. 처음에는 그 폭력을 피하기 위해 달리고 나중에는 엄마, 아빠를 살리기 위해 달린다. 자신의 목숨만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를 위해 달리는 것이다. 밤만 되면 계속 달리는 지니를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차고 먹먹하다. 눈물을 흘리며 달리는 열다섯 소년 지니의 모습은 너무나 가엾고 너무도 안타깝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던 지니는 어느 날 등교하지 않고 집에 머문다. 그런데 그날 또 다른 폭력이 집에 침입하고 그렇게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 지니는 침대 밑에서 엄마의 비밀도 듣게 되고 너무나 무서운 플래시 코트도 만나게 된다. 플래시 코트는 집에서 무언가를 찾아오라고 시키더니 나중에는 무언가를 배달시킨다. 마약으로 의심되는 물건을.
그렇게 이야기는 소년이 주인공인 누아르 영화처럼 엄청난 긴장감을 가지고 빠르게 결말에 닿는다. 지니가 들고 달린 건 무엇일까? 총을 맞고 병원에 있는 엄마는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지니 집에 무언가를 숨긴 범인은 누구일까? 지니는 물론 부모의 목숨을 빼앗겠다며 지니를 협박한 범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런 엄청난 사건들이 연이어 소년을 괴롭히고 있을 때 지니의 아빠는 어디 있는 걸까? 재미와 흥미로 시작한 이야기가 가족의 의미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 매력 만점의 책이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