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을 기다려온 독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예술가였기에, 그의 음반을 통해서 그의 그림을 통해서 그의 칼럼을 통해서 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운영하는 thegim.com을 통해서도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서 그는 카운슬러를 자처하고 많은 청년들을 만나고 있었다. 수많은 청년들이 카운슬링 보드에 자신의 고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고, 하루가 넘어서야 그의 카운슬링이 올라오곤 했었다. 그는 그 어떤 것도 가볍게 넘어가지 않았고 그 어떤 말도 돌려하지 않았다. 그의 카운슬링은 뜨거웠다. 그의 카운슬링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의 진심을 느꼈다. 그가 카운슬링을 위해 하루에 7시간 이상을 투자한다는 고백을 읽었을 때는, 내 얼굴이 훅훅 달아 오르기도 했다. 여전히 그는 음악을 만들고 있었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글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다 카운슬링을 더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는 낙타 같았다. 우리가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를 꿈의 미립자들을 등에 이고서 늘 대기중인 낙타 같았다. 매일매일 가시풀만 뜯어 먹으면서 입안 가득 피가 고인다는 낙타. 아무도 모르게 피를 삼키면서 천연덕스럽게 눈만 껌벅이며 걸음을 멈추지 않는 낙타. 우리가 비록 절망으로 눈을 가리고 있어도 낙타는 우리의 가슴 속을 걷고 또 걷는다. 낙타는 우리의 영혼을 어지럽히고 싶어 했다. 낙타가 우리의 심장을 꾸욱 밟고 지나가면, 신기하게도 우리는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모를 그 꿈을 기억해내곤 했다. 우리는 우리의 심장에서 번지는 뜨거운 내음을 맡을 수 있고 우리의 심장이 요동치는 강렬한 맥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덕분에 나는 나의 작은 고민들도 치유됨을 느끼곤 했다. 굳이 고민을 털어 놓지 않아도 되었다. 수많은 청년들의 고백은 나의 고백이기도 했고, 그의 카운슬링들을 찬찬히 읽어내려가는 일로도 충분했다. 뜨거운 심장을 가진 한 예술가의 카운슬링은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고, 외로운 심장을 가진 수많은 청년들의 고백들은 또한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왜 아름답고 우아한 것들을 보면 난 부끄러워지는 줄 모르겠다. 왜 불안하고 초조한 것들을 보면 난 부끄러워지는 줄 모르겠다. 나는 아름답고 우아한 어른이기에도 어줍잖고, 불안하고 초조한 청년이기에도 어줍잖은 삼십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또 부끄러웠다.
나는 이땅의 이십대들뿐만 아니라 이십대를 지나왔거나 이십대를 지나올, 이 땅의 수많은 십대와 삼십대들 역시 이 책을 읽기를 원한다. 이런 책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내가 이십대 때 나는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를 보다 울컥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다. 단 한마디의 대사 때문이었다. "네 잘못이 아니야." 그것은 너, 외롭구나와 이음동의나 다름아닌 후배들에 대한 인생 선배들의 애정표현이었다. 무언가 잘 못 살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 때면 이미 누군가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괴롭히는 법이다. 그런 사람에겐 옳고 그름의 잣대를 건네기 보다 어깨를 두드려주는 바람처럼 위안을 건네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이 땅의 모든 청년들을 향한 애정표현으로 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눈물날만큼 감사한 일이다. 이런 선배를 가진 이 땅의 청년들은 행운아다.
이 책에는 저자의 말대로 삶의 몇가지 중요한 비밀들, 꿈을 놓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이 숨어 있다. 꿈을 잊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이 숨어 있다. 그것은 수많은 알리바이를 스스로에게 증명해 보이면서 이십대와 삼십대를 지나온 사십대가 들려주는 진담이다. 이 어른은 오늘도 엑티비티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불러 모아 함께 어울리고 함께 알리바이를 만들고 있을 것이다. 씨뿌리는 사람은 멀리서 보면 미친 사람이 혼자 춤추는 것 같다고 고백하는 이 어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춤을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자신의 진실에 대한 순정을 지키는 일이 결코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사람은 미친 사람처럼 춤을 추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정말 숭고한 일이다. 그에게 또한 이 책을 읽는 모든 우리에게 뜨거운 포옹을 날리고 싶을만큼 두근대는 심장을 갖게된 한 독자로서의 고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