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늘에서 하얀 눈이 떨어집니다. 눈은 빨간 신호등도 덮어버리고 초록 지붕의 색도 가려버립니다. 펑펑 쏟아진 눈은 세상을 티끌 없이 깨끗하게 바꿔놓습니다. 순백의 세상은 환희와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눈밭으로 달려간 어린이들도 눈처럼 맑은 자유를 만끽하며 웃음을 터뜨립니다.
그림책 [새처럼]은 ‘제2회 창비그램책상’ 대상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빨간 모자를 쓴 아이가 순백의 눈 위에 남겨진 새 발자국을 따라다니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발자국의 시작과 끝은 보이지 않아요. 새 발자국에는 오로지 호기심만 있습니다. 아이가 눈길을 따라 걷는 동안, 새 발자국은 점점 수도 없이 늘어나더니 마침내 하늘로 날아갑니다. 아이의 세상은 땅에서 하늘로 넓어지고, 더욱 자유로워지죠.

새 발자국이 새가 되어 날아오를 때, 마치 하얀 눈 세상을 뒹굴 때처럼 자유와 환희를 느껴집니다. 빨간 모자의 아이도 새가 되어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새들의 힘찬 날갯짓은 더 먼 곳으로 날아가죠.
어린 시절 저도 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학업, 입시의 압박감에 매일 문제집과 씨름하고 하루 반나절 내내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죠. 요즘 아이들이라도 다를까요?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라는 부모의 욕망에 어린이들은 4세 7세 고시를 치러 가며, 학습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죠. 새가 되어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그림을 보며, 어린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어요.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웃으며 뛰노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언제쯤 어린이가 어린이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새들을 쫓다 보면, 어느새 먹구름이 저벅저벅 몰려오고, 번쩍 번개가 치기도 해요. 새들이 두려워하지만 용감하게 날아가죠. 먹구름과 번개는 여러 가지를 상징하겠지만, 저는 먹구름에서 군인들의 군홧발을, 번개에서 도시 한 가운데 떨어지는 미사일을 떠올렸습니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들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작고 큰 위기를 맞닥뜨립니다. 폭력과 억압, 학대 등 그들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들에서 온전히 피하지 못할 때도 있죠. 그림책 [새처럼]은 어린이들이 억압하는 세상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새처럼]은 단순히 어린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그림책에 그치지 않습니다. 어른들에게 지금 이 세상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곳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야 하는지 되묻게 만듭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새들의 자유로운 몸짓에 함께 해방감을 느낄 테고, 어른은 어린이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의 폭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림책에 담긴 메시지를 읽고 나면, 오랜 여운이 남게 돼 책을 덮어도 자꾸만 다시 펼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하얀 눈 위의 아이들이 반갑다고 날갯짓을 하면, 우리도 다 같이 새처럼 날개를 펼쳐 날아 보아요.”
포푸라기 작가의 말처럼, 어린이와 어른 모두가 일상의 폭력과 억압을 벗어나 자유롭게 날갯짓할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 이어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