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역사, 종교, 지식과 과학, 시간과 공간, 자본주의, 대중매체, 문화, 고독, 에로티시즘, 정보사회 등과 같이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다. 각각의 분야를 '부분'으로 보기보다는 '전체'로 본다면, 이 책은 마치 씨줄과 날줄이 촘촘하게 엮인 것처럼 각 분야가 서로 연관성을 가진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사회학적 관점에서 본다면 '생각'이다. 생각할 수 있는 힘 말이다. 나를 둘러싼 사회, 세상, 세계, 그리고 그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 나에 대해서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때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신이 중심이었던 중세 시대라고 하지만 인간의 이성이 꿈틀거리고 발아된 결과 근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근대를 지나 현대에 살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성을 중심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눈다는 점이 과연 적합한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이 무엇인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데올로기를 맹목적으로 수용하기 보다 그 이면에 담긴 뜻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데올로기에 내 생각과 이성이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데올로기에 갇힌 세상 넘어의 다른 세상을 본다는 말이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의 넘어 또 다른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대중매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정보에 휩싸여 날마다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기 바쁘다. 정보에 집중된 우리의 생각과 사고는 자연스럽게 획일화될 수밖에 없는데 비판적인 생각이 나 다른 생각이 들어설 공간은 사라져만 가고 있다. 우리의 모든 생각과 의식이 대중매체에 지배된 결과이기도 한데, 이렇다 보니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하는 데는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불편하기만 하다. 생각하는 힘이 죽어가고 있는 시대이다. 그럴수록 매주 매체에 노출된 정보나 지식을 맹목적을 받아들인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한다는 자체가 오히려 이상함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다름과 다양성이 잠식된 사회는 필연적으로 획일화된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나의 길만 있는 사회. 설령 여러 가지 길이 있다고 한들,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길로 가는 까닭에 그 길을 따라가지 않을 없다. 사회가 이미 만들어놓은 성공의 궤도, 출세의 궤도 말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좋은 기업에 취업하고 좋은 배우자 만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이요, 행복의 기준이라고 여긴다. 그 기준에 벗어나는 사람들은 정상이 아닌 비정상으로 분류되고, 심어지어는 실패자, 낙오자로 찍힐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남들과 엇비슷한 삶이 아닌 다른 삶, 그리고 다른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도 있는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