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화는 천상 이야기꾼이다. 이번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떠도는 영혼의 이야기이다. 묘지나 유골함이 없는 사망자들은 화장터조차 갈 수가 없다. 시신이 거두어지지 않은 영혼들은 안식을 얻지 못하고 삶과 죽음의 경계의 공간에서 떠돈다.
소설의 화자 주인공 양페이도 연고 없이 장례가 치러지지 못했다. 보일 듯 말 듯 잡히지 않는 도시를 떠돌면서 복잡하게 얽힌 기억의 회로를 더듬는다. 삶의 마지막 광경을 찾아, 저쪽 세계의 기억을 찾아 헤맨다. 소설은 양페이가 그렇게 자신을 찾아, 죽은 아내와 죽은 아버지를 찾아, 그리고 망자들과 인연을 나누는 7일간의 이야기이다. 다른 영혼들과의 만남은 저쪽 세계에서의 인연을 알아보고 서로 그렇게 기억을 나누고 위안하고 도움을 준다. 영혼들은 시신의 모습 그대로여서 사망한지 오래된 영혼은 해골의 모습을 갖는다.
양페이는 사망 첫째 날 도시를 떠돌다가 자신의 죽음을 확인했다. 둘째 날은 죽은 아내를 만나서 아내와의 기억을 불러왔다. 셋째 날은 아버지를 잃어버린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은 매장되지 못한 해골 사람들과 저쪽 세계의 얘기를 나누며 인연을 나누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했다. 일곱째 날은 이미 해골이 된 아버지를 만났고, 새로 들어온 영혼에게 이곳이 어떤 곳인지 말해주며 끝을 맺는다.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
양페이가 7일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떠돌면서 영혼들과 만나 대화하고, 자신의 기억을 되돌리면서 저쪽 세계의 서사가 펼쳐진다. 양페이가 친부모와 어떻게 헤어지고 양아버지를 만나 성장하고 결혼하고 아내와 헤어진 후 아내의 사망 기사를 보고 자신도 사망하게 되었는지.. 양페이의 서사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양페이와 저쪽 세계에서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과 신문 기사로 유명했던 사람들의 사연은 모두 구구절절하다.
양페이의 옆방에 세 들어 살던 가난한 연인이 그중 가슴을 제일 저릿하게 만든다. 연인은 잘 살아보겠다고 열심히 일하지만 사회에 적응하기는 힘이 들고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여자가 자살하자 묘지를 마련하기 위해 남자는 신장을 팔지만 수술 부작용으로 사망한다. 양페이가 가정교사를 맡은 소녀가 철거된 집의 잔해 위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장면도 가슴 아팠다. 소녀는 아침에 등교한 후 새벽일로 잠을 더 자고 있던 부모가 건물에 깔려 사망한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욱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우리에게도 한참 문제시되었던 철거민 문제, 그리고 한 자녀 정책의 폐해인 병원측 영아 시체 무단 배출 사건 등을 통해 중국의 현 세태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소설이 나온 것도 중국에 무연고의 시체가 많은 세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다.
묘지가 있는 사람이 무덤 속에서 안식을 얻지만 묘지가 없는 사람은 이곳 해골의 도시에서 영생을 얻는다고 할 수 있을까. 비록 해골의 모습이고 완전한 삶은 아니지만 저쪽 세계에서 혼자 외로웠던 것을 보상해 주기라도 하듯이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