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고 병든 사람의 세상은 자기 몸에서 반경 60센티미터로 좁아진다고 한다.
나도 나이들었나 보다.
무릎이 아프거나 눈이 피로하거나 허리 통증을 느끼는 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거 괜찮은가.. 무릎 수술까지 가게 되면 어쩌지.. 노안이 심각하면 돋보기 써야하나..
예의 주시하게 된다.
젊었을 때는 외모에만 신경썼지 내 몸에서 말하는 소리에 그렇게 귀기울이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대개의 선진국에서 통계적으로 본 실제 인생의 전성기는 7세라고 한다.
17세도 아니고 7세라니.. 국내에서는 초등 1~2학년의 나이라고나 할까.
뇌도 신장도 미완성인데.. 믿을 수가 없다.
뭐.. 울 애들 커 온 것을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나이엔 등산을 가도 가볍게 잘 오르고 발레를 시켜봐도 유연해서 잘 습득하고,
하루종일 뛰어놀고 물놀이를 해도 다음날 용수철같이 튀어올랐다.
초딩 고학년 부터는 산에 오를 때 죽는 소리 내고
현재 중딩 되더니 체육시간에 좀 무리해서 운동하면 다음날 근육통에 아파한다.
막 태어나서는 미각도 청각도 훨씬 발달해 있는데 점점 능력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런거 보면 7세가 전성기 맞나 싶다. ㅋㅋ
재미있는 얘기가 또 있다.
진화생물학자 "마이클 로즈"는 느즈막이 번식한 초파리들만 알을 낳을 수 있도록 실험했더니 세대가 지날수록 수명이 길어졌다고 밝혔다.
사람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한다면 열 세대만에 기대수명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음.. 그러지 않아도 최근들어 초산이 늦어지고 있지 않은가.
노화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조작으로도,
자연사로 이어지는 의학적 조건들을 제거하는 것으로도 수명 연장의 꿈은 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래저래 수명은 길어질 수 밖에 없나보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이렇게 사람을 몸을 재미있는 통계와 정보로 얘기한다.
"유년기와 아동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와 죽음"의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각 시기 마다 일어나는 인체의 변화를 과학적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곁들였다.
저자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97세된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가장 사랑하는 두 가지 언어와 스포츠를 아버지에게서 배웠다.
현재 아버지는 아파트 겸 복합 스포츠센터에서 운동과 글쓰기로 하루를 보낸다.
아버지는 평균적인 몸의 변화가 무색할 정도로 생명력이 넘쳐나는 인물이다.
여전히 걷는 것을 좋아하고 거의 매일 수영한다.
저자도 책을 여러권 펴낸 저자인 것은 물론이고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스포츠신문을 즐겨보며 농구를 곧잘 했지만, 젊어서부터 고질적인 허리병으로 고생했고 이젠 무릎관절도, 어깨도 아파서 운동과는 거리가 멀다. 90세가 될 때 까지 병원 한 번 안 갔던 아버지와 너무 대비된다.
아버지가 직접 쓴 글도 실려 있다. 아버지가 80대 말에 쓴 에세이에서는 노년엔 성적 욕망에서 벗어난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노인회관에서 만난 여자와 자는 순간만을 기다렸는데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말에 "친구를 원했으면 개를 샀겠지"라고 말하며 다시는 만나지 않았단다. 이거 아버지가 어느정도 글에 윤색했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으니. ^^
나도 존 쿳시의 <추락>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반가운 문장을 만났다. 아버지가 왠지 문학적으로 가깝게 느껴진다.
"아버지는 요즘도 게걸스럽게 독서를 하는데 인생에서든 문학에서든 싸구려 감상을 싫어하는 분이다 (얼마 전에는 J.M. 쿳시의 무자비하고 통렬한 소설인 「추락」이 근래 10년 동안 읽은 책 중 최고라고 했다). "
사람은 젊어서는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결코 현실로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나이들어간다는 것도 언젠가 내가 노인이 된다는 것도 부정하고만 싶어진다. 나이들어서야 시간을 어리석게 놓쳐버린 것에 후회하고 시간이 덧없음을 한탄하고, 죽음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육체가 어쩔수 없이 쇠락함을,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는 것을 여실하게 증명해 준다.
과학적인 사실 뿐만 아니라 문학적인 인용문들을 그 나이대에 맞게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는 것도 좋았다. "노년기와 죽음" 장에 유언들을 모아놓은 부분은 위트와 재미가 넘쳤다. 죽음에 재미가 넘쳐났다고 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죽음이란 녀석은 그렇게 다뤄주는 게 좋다.
"걷은 것은 넘어지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우리 몸의 생명은 죽지 않으려는 노력에 의해서 유지된다. 삶은 연기된 죽음에 불과하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우리는 모두 타인의 고통 속에 태어나고, 자신의 고통 속에 죽어간다" - 프랜시스 톰프슨
"노인들에게는 접촉이 필요하다. 노인들은 키스와 포옹이 필요한 인생 단계에 다다랐다. 그러나 의사 외에는 누고도 그들을 만지지 않는다." - 로널드 블라이스
"삶은 내가 10세부터 줄곧 말해온 대로, 무지무지하게 흥미롭다. 44세인 지금의 삶은 24세일 때보다, 굳이 말하자면, 더 빠르고, 더 통렬하고, 뭐랄까, 더 절박하다. 나이아가라폭포를 향해 달려가는 강물처럼." - 버지니아 울프
"젊은이는 곧 그의 육체이고, 육체가 곧 그이다" - 보이드 맥캔들리스
"사람의 비운은 이런 것이다. 모든 것을 알아낼 시간이 75년밖에 없다는 것. 그 모든 책과 세월과 아이들을 뒤에 남긴 연후보다 차리라 어릴 때에 본능적으로 더 많이 안다는 것." - 베리 한나
"제일로 악한 것은 늙는 것이다. 온갖 즐거움을 앗아가면서도 즐거움을 바라는 마음은 남겨두고, 대신 온갖 고통을 안기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고 늙은 채로 있기를 바란다." - 자코모 레오파르디
"세상을 떠나는 게 정말 싫소." - 97세의 버트런드 러셀
"내 재산으로도 나를 구할 수 없는가? 죽음은 매수도 통하지 않는가?" - 소설가 헨리 제임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한 순간의 것이었다." -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빌어먹을 내가 이럴 거라고 했잖아." - H. G. 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