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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zhdk3님의 서재
  • 나답게 쓰는 날들
  • 유수진
  • 13,050원 (10%720)
  • 2022-04-15
  • : 84



에세이 : 개인의 상념을 자유롭게 표현하거나 한두 가지 주제를 공식적/비공식적으로 논하는 비허구적 산문 양식


나는 가장 유연하고 융통성 있다고 평가되는 이 문학 양식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무겁지 않은 상념이 담긴 에세이를 좋아한다. 거기에 솔직하기까지 하면 더 좋다. 안 그래도 머리, 감정 쓸 일이 많은 현실에서 글도 무거운 걸 읽어버리면 푹- 가라앉는 기분이라 에세이만큼은 가벼운 걸 찾아보려 한다. 간혹 관심이 가는 주제가 따로 있지 않는 이상은.

 

<나답게 쓰는 날들>은 상상력이 아닌 내 시간을 팔아 만든 솔직한 나의 에세이를 담은, 가볍지만 밀도 있는 책이었다. 흔히 말하는 연인 간의 애정을 넘어 일상 곳곳에 녹아든 애정에 대해 기록한 ‘애정을 쓰는 일’ 랩터, 팝콘처럼 톡톡 튀어 오르다가도 턱 막혀버리는 애증의 대상 ‘글’이란 것에 대해 기록한 ‘글을 쓰는 일’ 챕터, 흘러가는 시간 속 나와 나, 나와 누군가의 관계에 대해 기록한 ‘시간을 쓰는 일’ 챕터, 얼마간의 지침을 지나 나를 보호하는 힘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해 기록한 ‘힘을 쓰다 챕터’까지. 총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책 안엔 정말 부지런히, 습관적으로 무언가를 써온 유수진 작가님의 시간이 그득히 차있다.

 

책 한 권을 들고 읽다 보면 책의 감상과는 별개로 그냥 이 한 권의 책을 만들어낸 저자와 책을 위해 힘을 썼을 여러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멋진 일기 하나 쓰지 못하는 나는 언제나 창작자란, 범접할 수 없는, 나랑 다른 사람일 것 같다는 먼 느낌을 자주 받는데 이런 솔직함이 담긴 에세이를 읽으면 그나마 “그도 사람이구나” 하며 그의 일상에 공감하고, 그가 겪었던 막막함의 기록에 위로를 받는다. 특히 나이를 적지 않게 먹고 방구석에서 질질대고 있을 때, 나와 비슷한 나이에 잠깐의 방황을 거쳐 다시 길을 찾았다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렇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된다.

 



유수진 작가가 자연스럽고 더 좋은 나의 글을 쓰기 위해,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 거쳤던 일련의 과정과 갓 사회에 나와 겪었던 일들은 나에게 공감을 주었고, 조금 이른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최상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그의 부지런함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최근 들어 여러 핑계를 대며 일을 미루고만 있었기 때문에..)

 

여러 부분들이 소소하게 기억에 남지만 특히 첫 번째 챕터에 적힌 여러 형태의 애정을 그린 글들이 마음에 많이 남았다. 그중에서도 ‘말을 걸지 않는 택시’, ‘별의별 공포증’ 부분은 바로 한 발자국 앞에 타인 접근 금지선을 그어놓은 나의 마음을 살살 녹여버렸다. 말 한마디로 탁- 트여버리는 마음과 마음 사이, 말 한마디로 만들어내는 안정감,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상처를 치유해 주기도 하는 누군가와의 교류가 퍽 그리워지는 글이었다.



 

구독자가 ‘글을 읽으며 공감했다.’는 댓글을 남길 때 가장 기쁘다는 작가님께, 딱 한마디를 남긴다면 나도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했어요”라고 전하고 싶다. 내가 겪은 일들을 풀어내는 ‘에세이’는 딱 봤을 땐 가볍고 편하게 쓰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에세이 안에는 글을 쓰기 위해 수십 번 고민하고 그 시간을 몇 번이고 되새겼을 저자의 정성과 나와 그 시간을 사랑하는 애정이 듬뿍 들어있다.

 

나와 나의 시간, 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엮어낸 기록. <나답게 쓰는 날들>. 나에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글을 쓸 용기와 일상에 대한 애정을 한 번 더 떠올려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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