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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만개하고 햇살이 눈에 띄게 보송해졌다. 봄이 왔고, 봄은 열심히 지나가고 있다.
봄,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다. 그건 바로 ‘제주’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든 좋지만 특히 봄에 많이 떠오르는 여행지 ‘제주’. 한 달 살이라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를 만들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낭만의 섬이라 불리는 곳. <제주는 잘 있습니다>는 그 섬에 정착하게 된 저자 ‘엄지 사진관’의 이야기다. 책 안엔 힘든 시기에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났던 여행지 제주가 낯선 타지가 되고, 시간이 흘러 행복한 일상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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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제주란 낭만적인 여행지다. 시내가 아닌 외곽을 주로 여행해서 일진 모르겠지만, 도시에선 볼 수 없는 탁 트인 땅을 볼 수 있는 제주가 좋았고, 그 위에 심긴 꽃들이 좋았고, 타이밍을 잘 맞추면 텅 비어있는 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엄마도 제주를 좋아했다. 서울 태생으로 평생을 서울 안에서만 살아온 우리 엄마는 TV와 책 등 여러 매체에 비치는 제주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한때는 ‘은퇴를 하면 제주도에 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자유여행을 다녀온 후, 엄마는 입도의 꿈을 접었다. 여행지로선 좋지만, 막상 살라고 하면 못살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제주가 살기 좋지 않다는 건 아니고, 우리 엄마와는 맞지 않았단다.
같은 장소지만 그것을 여행지로 보느냐, 삶의 터전으로 보느냐에 따라 장소에 대한 이미지가 확 달라지게 된다. 책의 저자 엄지 사진관 작가 또한 제주도를 힘들 때마다 훌쩍 떠나는 여행지로 생각했었지만 처음 입도했을 땐 눈물을 펑펑 쏟았고, 자의로 왔지만 어찌 됐든 새롭게 시작된 타지 생활에 맘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낭만적인 도피 여행지를 하나 잃었지만 이제는 ‘제주도 살아서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제주도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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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가 아닌 배와 비행기로 가야 하는, ‘입도’라는 말을 쓸 수 있는 특별한 여행지 ‘제주도’. 내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이 특별함을 더해준 것인지 언제부턴가 제주도는 각광받는 여행지가 되었다. 또 특별하지만 맘만 먹으면 비행기를 타고 훌쩍 다녀올 수 있으니, 차를 타고 몇 시간 운전해서 다녀오느니 짧게 비행기를 타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제주도를 한 번도 안 가봤다고 하면 “혹시 수학여행으로도 안 가봤어? 한 번도?”라는 질문이 돌아올 만큼 제주도는 사랑받는 여행지다. 이 수요를 증명하듯 서점에 가면 제주에 대한 책들이 정말 많다. 누군가의 제주 여행 기록, 제주 사진집, 제주 에세이, 맛집과 여행지 소개까지. 나도 그런 책들을 많이 봤고 실제로 읽어보기도 많이 읽어봤다. 근데 여행지로서의 제주도 이야기나 이미 제주에 정착한 이들의 부러운 제주 살이 이야기는 읽어봤어도 입도 전과 입도 과정 중에 느꼈던 감정들도 함께 담은 책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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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잘 있습니다>에 담긴 많은 2-30대가 공감할만한 고민들과 그것들을 넘어 도착한 섬 제주의 모습. 그리고 천천히 쌓아간 온기 어린 새로운 추억들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내가 느낀 점을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은 제주도를 소개하거나, ‘제주도가 이만큼 좋아요.'라고 말하는 책이라기보단 감성적인 일상의 기록이자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모두가 걱정했던 제주도행을 결정했지만, 나는 그래도 잘 살고 있다고. 여전히 작은 걱정과 고민들을 갖고 있지만 제주를 내 일상에 잘 녹여내고 있다고 안부를 전하는 소박한 편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