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올해 20대 후반이 되었다. 1년 휴학을 끼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훌쩍 나이를 먹었고, 학생 시절 해본 일이라곤 단순 아르바이트나 전공과 관련된 짧은 경험들이 전부였던지라 난 여전히 사회 초년생, 삐약이다. 생활을 영위할 만큼의 돈을 벌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나의 경제관념은 제로에 가깝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 취업 전선에 뛰어든 친구들과 대학을 나보다 어린 나이에 졸업한 친구들을 보면 주식이고 코인이고 별별 이야기를 다 하는데 내가 아는 거라곤 세금과 소득에 대한 몇 가지 기본 지식 같은 것뿐이었다.
투자와 N잡으로 여러 소득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왠지 뒤처진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들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 덤비면 안 될 것같다는 두려움에 선뜻 투자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직 ‘주린이’ 타이틀 조차도 달지 못한, 투자계의 매미 유충 같은 내 손에 가뿐한 무게를 가진 책 <우울할 땐 돈 공부>가 쥐어졌다. 우울할 땐 돈 공부…? 돈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제목부터 딱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와 비교해 ‘돈’에 대한 세상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느낀다. 그때는 노동 소득과 은행 적금, 이자가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 당시 고소득층의 투자 성향까진 모르지만, 우리 집안처럼 ‘평범한’ 수준, 그 근처를 웃도는 사람들이 투자로 소득을 관리한다는 얘기는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주식했다 망했다더라”는 얘기는 많이 들어봤어도…)
나는 주식을 영화로 접했다. 그것도 실화 대규모 사기극을 바탕으로 제작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를 통해서… 피터 린치 같은 인물을 먼저 봤어야 했는데 시작이 아주 단단히 잘못됐다. 영화 속 월가는 아주 깊고 치열한 사기꾼들의 세계 같았고 주식 투자는 패망의 지름길처럼 보였다. 누군가가 말아먹었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들어 본적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영화를 보고나니 나에게 ‘주식은 위험한 것’이란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은 투자는 도박과 같다는 오해를 푸는 것으로 시작해 투자에 대한 나의 전체적인 시선을 바꿔주었다. <우울할 땐 돈 공부>를 읽으며 투자란 조커 카드와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투자를 잘못 과용하면 도둑잡기의 조커처럼 나를 무너트리는 거고, 충분한 공부와 함께 침착한 마음으로 대한다면 원카드의 조커처럼 나의 인생 승리에 큰 이득이 될 수 있으니까.
책의 챕터는 크게 주식 투자와 부동산,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형태의 재테크로 구성되어있다. 책 자체가 어렵고 딥한 내용이 아니기도 하고, 언젠가 뉴스를 통해 한번쯤 흘려봤을 법한 실제 사례들이 나열되어있어 이해하기도 수월하다. 무지렁이인 나도 샥샥 가볍게 책장을 넘기며 읽었을 만큼 말이다.
‘돈’ 아주 짧은 음절의 이 단어가 가진 무게감은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돈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순 없다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건 결국 돈이다. 예전 같았으면 속물 같다는 이야기를 들을 말이지만 요즘엔 다르다.
이젠 평범한 수준의 소득으론 정말 쉼 없이 일해도 집 한 채도 사기 힘든 시대가 되기도 했고 60대 정년이 아닌 빠른 은퇴와 함께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의식의 변화가 생기며, 내가 받은 이 노동 소득을 더하기가 아닌 곱하기를 하기 위해 공부하고, 시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연일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가상 화폐가 큰 화제가 되고. 간편하게 어플을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매도할 수 있는 통로까지 생기니 너도나도 당연하게 투자에 도전하고 있다. 모두가 돈 이야기를 한다. 사회 초년생이든, 오래된 경제인구든. 그리고 이젠 경제 교육을 명목으로 아이들까지 주식 투자를 경험한다.
<우울할 땐 돈 공부>는 현시대에서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돈 굴리기’의 첫걸음을 내딛기 위한 안내서 같은 책이다. ‘투자와 돈 문제’ 왠지 어렵고 위험해 보이는 새로운 도전 과제 앞에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말아야 할 것’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인식을 바꿔보는 걸 추천한다. ‘무조건 투자하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꼭 책을 읽고 주식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책을 통해 모르고 있던 새로운 세계를 들여다볼 수도 있고, 시장과 트렌드를 읽는 방법을 얻어갈 수도 있으니 돈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한 번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