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왔다. 일단 현재를 열심히 살라는 그 말이 나쁘단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계속 들어오니 대체 언제가 인생의 중요한 시기란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지금 뭘 준비해야 할진 모르겠고, 되는대로 즐기자-하고 대책 없이 살아가는 류의 사람이 되었다. (핑계 같지만, 어릴 때부터 필요 이상으로 들은 ‘중요한 시기’라는 압박이 나를 이렇게 만든 거다. 아무튼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다…)
올해 2월. 퇴사를 했다. 퇴사를 했다는 건 즉 하루의 절반(근무+점심+출퇴근 등…) 가량을 차지했던 경제 활동 시간이 사라졌다는 거고,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 됐다는 뜻이다. 엄-청- 무-지- 신났다. 그래서인지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안 그래도 빠른 시간이 두 배 속으로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동차를 타고 움직이던 시간이 로켓에 매달려 슈웅- 발사된 느낌이랄까.
근데 이렇게 속 편하게 지내다 보니 갑자기 불편한 감정이 밀려왔다. 나 지금 20대인데, 코로나 핑계로 어디도 안 나가고 사람도 안 만나는데… 20대 후반인데 이렇게 지내도 되나? 싶었다. 그래서 이번 해는 꼭 ‘갓생’을 살자며 말로만 다짐했다.
갓생 :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
근데 뭘 해야 갓생이지? 나는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지? 어디 물어볼 곳도 없었다. 주변엔 나이가 얼마 차이 안 나는 동년배뿐이고, 부모님에게 여쭤보자니 세대 차이도 그렇고, 어릴 때부터 나를 전적으로 믿어준 분들이라 따끔한 충고는 기대할 수 없었다.
학생 때는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해야 했고, 대학생일 땐 앞에 놓인 과제와 취업을 생각해야 했고, 취업을 하니 그저 일을 해야 했다. 짧은 취미 시간을 제외하면 나에 대해, 내가 가진 기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적도 없었다. 사실 취업도 현실과 여건에 맞춰 결정했으며 일을 할 때도 매일 나에게 되물었다. “난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소위 말하는 ‘현타’를 맞으며 몇번이고 이 질문을 반복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나는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길을 선택하고 싶은가?”… 대략 남들처럼 살면 만족한다는 대답 외에 자신감 있게 인생의 목표를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이런 질문을 하는 것도, 답을 찾는 것도 어색한 나와 우리들에게 <로켓 이얼스>는 새로운 형태의 질문들을 제시한다.
인생의 어느 시기고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있겠냐마는, 처음 ‘성인’이란 타이틀을 마주한 20대. 막 합법적인 자유를 얻은, 책임의 무게가 아주 조금 늘어난 20대. 어떤 세대든 갈망하고 부러워한다는, 가장 반짝이는 20대! <로켓 이얼스>의 저자 엘리자베스 세그런은 이 20대를 책의 제목 그대로 ‘로켓 이얼스’라고 칭한다. 로켓 몸체와 발사대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들어맞더라도 아주 작은 발사 각도의 차이만으로도 로켓의 궤도와 발사 성공 여부가 갈리듯, 2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의 궤도가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로켓 이얼스>는 저자 엘리자베스 세그런이 20대를 겪으며 고민했던 문제이자 청년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묻혀있는 8가지 문제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20대를 이렇게 살아야해!”라고 말하기보단, “삶의 궤적을 그리는 방법을 알아가는 20대를 보내라”라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건넨다.
<로켓 이얼스>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직은 꼭 나쁘기만 한 걸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운동은 꼭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 외에도 연애, 결혼, 가족, 친구, 주장을 표현하는 방법, 믿음에 대한 이야기까지. 가볍다면 가볍고 어렵다면 또 어려운 주제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물론 저자와 우리는 같은 문화권이 아니기에 일부 한 번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고, 의외로 크게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운동 파트를 보며 정말 많이! 공감했다.)
책의 저자도 그랬듯이 모든 목표가 한 번에 이뤄지지 않거나, 원래 그렸던 꿈이 순식간에 좌절되는 순간을 겪었던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앞에서 ‘포기’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건 내 소중한 20대를, 나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이다. 나에 대해 질문하고, 삶의 주도권과 나의 행복을 위한 노력과 질문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원하는 행복하고 안정적인 인생에 도착할 수 있는 성공적인 발사 궤도를 구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4월이 왔고, 놀랍게도 2022년의 3분의 1이 지나갔다. 갓생을 다짐한 20대라면, 갓생을 살고 싶은 20대라면 은근 유용하게 쓰일 책일 거라 생각한다. 20대에 봐도 좋고, 30대에 봐도 좋고… 은퇴를 하고 갑자기 자신의 시간이 훅 늘어난 중장년층이 봐도 좋겠다.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인생의 궤적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꽤 현실적으로 다가올 이야기들이 많으니까 말이다. 해가 지날수록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놓치지 않고, 힘껏 붙잡아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면 이 책의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들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