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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는 여행의 기록이자 사랑의 기록이다. 누군가의 사랑과 배려로 마음껏 꿈을 꿀 수 있었던 시기에 시작된 저자 ‘청민’의 여행은 여러 계절을 거쳐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무작정 떠났던 가족의 첫 유럽여행, 외로움 속에서 고소한 온기 하나를 찾아 기댔던 학생 시절의 기록, 여행을 준비하며 새롭게 알게 된 높고 낮은 시선. 그리고 그 모든 시간 안에 소리 없이 깃들어있던 소중한 사람들의 애정이 이 책 안에 넘실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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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대한 로망만 가득한 겁쟁이인지라 여행책을 보면 가장 먼저 “와.. 어디 여행 갔네.. 이 도시에? 예쁘고 부럽다..”를 외치게 된다. 근데 <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행이란 행위 자체보다 그 안에 담긴 ‘서로를 향한 마음’이 부럽다는 것이었다. 책 안엔 혼자 한 여행의 기록, 아주 오래된 일상에 대한 기록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크게 와닿은 부분은 이 가족의 여행 이야기다.
우리 가족은 이러한 여유, 아니 여행의 순간을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 사실 여유가 없어서가 아닌 이런저런 핑계를 이겨낼 용기가 없어서 떠나지 못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가득한 나에게 <좋은 걸 보면 네 생각이 나>는 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가족의 이야기이자 멀리 있는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프리토킹이 가능한 가족 구성원은 딱 한 명, 해외여행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았던 시절. 모든 걸 긁어모아 무모하게 떠난 첫 유럽여행의 추억과 비바람으로 인해 텐트가 난장판이 되었음에도 별것 아닌 ‘텐트 이즈 데드! 테이프 이즈 데드!’라는 한마디에 자지러지게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에서 이 가족이 품고 있는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이 힘차게 뿜어져 나온다. 무작정 함께 웃으며 떠날 수 있는 용기와 끈끈한 애정, 여행을 즐기는 가족, 일상에서도 작은 여행을 찾아내는 딸과 누나를 위해 많은 것을 챙겨주려 노력하는 아들. 서로를 사랑하는 부모님. 글로 나열하기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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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조금씩 엄마 아빠의 나이와 가까워져가며 그들이 져야 했을 무게감을 이해하고, 아빠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하는 피사체들을 정성스레 카메라에 담는다. 아빠의 마음이 담긴 사진은 평화롭고 따뜻한 모습으로 여행의 일부가 된다. 딸이 쓴 글과 아빠의 사진이라니. 나는 제대로 남기지 못했던 반짝이는 기록들이 질투 날 만큼 부럽다.
일찌감치 엄마가 심어준 떠남의 씨앗 위로 추억과 사랑이라는 양질의 비료가 얹어진다. 그리고 저자는 ‘머리가 무거워질 때면 어디로든, 언제든 훌쩍 떠날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 나는 이제 ‘자라나 어른이 될’ 타이밍은 지났지만, 언젠가 이런 어른으로 변하고 싶다는 꿈을 꿔본다. 그러려면 우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먼저 심어봐야 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