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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zhdk3님의 서재
  • 말의 공식
  • 쟈스민 한
  • 15,120원 (10%840)
  • 2022-02-18
  • : 717

“입만 살았다”는 말을 매일같이 들으면서 자랐다. 어릴 적엔 말하기를 좋아했고 그만큼 말을 많이 했다. 내가 던지는 말에 책임감과 무게감이 실리기 전까지는. 말이란 내뱉기는 참 빠르고 편한데 중간에 일부를 수정하거나 아예 주워 담을 수 없다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나이가 된 후엔 정말 나의 생각과 정 반대되는 일을 겪는 경우 외엔 입을 꾹꾹 닫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한다”는 말과 설참신도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같은 사자성어를 꾹꾹 새기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게 참 쉽지 않다. 너무 꾹꾹 참으면 몇 시간 후 “아 그때 받아쳐서 그냥 입에 지퍼 달게 해줬어야 했는데” 하면서 뒤늦게 화가 팍 치솟을 때도 있었고, 참지 못해 한바탕 말로 전쟁을 치른 뒤엔 감정의 소모가 심해 후회하기도 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나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참을 수 없는 경우를 참 자주 겪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처를 몰라 헤매고는 결국엔 후회 또는 감정의 소모만 잔뜩 일으키는 일이 정말 잦았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턴가 말이란 게 꽤 복잡한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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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관계에서든 사회에서든, 어디서든 말을 하는 건 쉬운데 말을 잘 하는 건 어렵다. 말을 잘 하려면 언제나 적절한 거리를 지켜야 하고, 나의 말을 듣는 상대에게도 그것이 썩 괜찮은 것으로 들려야 한다. 말을 잘하는 법? 그게 대체 뭘까. 말이 아닌 글로 표현 방법을 바꾸며 수없이 나의 글을 읽고 또 수정해 봐도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이게 그래도 꽤 괜찮은 말이 맞는 건지 영 감이 오지 않았다.


도처에 널리고 널린 수려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말을 더 잘하고 싶다”는 갈증이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무례한 말을 젠틀하게 받아치고 싶었고, 전쟁이나 싸움을 치르지 않고 부드럽게 타협하는 법을 알고 싶었고, 어른스럽게 말하기 위해 더하고 빼야 하는 요소들이 궁금했다. (교육과정을 탓하면 너무 없어 보이는거 아는데...) 지금껏 말의 요소들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항상 아쉬움이 있었다. 한국어 능력시험이나 수능을 위한 기초적인 국어 공부에 대한 글은 수없이 읽어봤지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한 글을 읽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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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공식>은 알고 보면 소소하지만 우리가 쉽게 놓치고 있는 말의 요소들을 콕콕 집어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저자 쟈스민 한은 일, 말, 값을 다루는 비즈니스 심리학자이자 코치다. 애플의 사내 비즈니스 코치로 일하며 전문 비즈니스 코치로 활동했고, MBA,EMBA의 학생들에게 협상을 가르쳤다고 한다. 말이 가진 힘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진 지금, 저자는 똑쟁이가 되고 싶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을 기억하며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될 간단한 ‘말의 공식’을 모아 책을 출간했다.


학교에서 수학을 배울 때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하고, 괄호와 기본 함수를 이용할 때까진 어려울 게 없다. 하지만 미적분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 수포자가 와르르 생겨나기 시작한다. 정확한 공식과 정해진 답이 있음에도 그 공식이 너무 어려우면 당연하게 포기를 생각하게 된다. 말의 공식 또한 마찬가지다. “잘하는 말엔 공식이 있어. 따라 해봐!”라고 하면서도 당장 어떻게 따라 해야 할지 모르는 것들을 늘어놓으면 “이건 다른 사람 이야기지. 난 포기할래.”하고 공식을 익힐 열정이 팍삭 사그라들고 말 것이다.


<말의 공식>은 이런 포기를 생각하지 않도록 누구든 한 번쯤 겪어봤을 상황을 예시로 들며 당장 다음 주 출근부터 써먹을 수 있을만한 간단한 말의 공식들을 제시한다. 책에 예시로 사용된 상황들은 실제로 똑쟁이가 되고 싶었던 10여 년 전 저자의 서툰 사회 초년생 시절 경험을 녹여낸 것이라고 한다. 몇 개의 예시들을 읽으면서 사회생활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억울함은 누구나 다 비슷하게 겪는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책을 덮을 때쯤 이 사건들을 어떻게 대처하고 협상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품격과 이득이 결정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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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를 바꾸면 어디서든 우아하게 내 몫을 챙기고, 억울하게 나갔을지도 모르는 벌금을 무마하고, 대화 참여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끌어낼 수도 있다. 나의 말에 힘을 실어줄 중심을 더하고, 상대의 마음을 읽어 오해의 요지를 덜어내고, 서로가 고개를 끄덕일 협상으로 이득을 곱하고, 공동의 이득을 위해 바닥나지 않을 만큼 나누며 누구도 뺏을 수 없는 나만의 무기 ‘말’을 연마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말의 공식>


‘나의 비법은 이거야~’라고 먼발치에서 자랑하는 비현실적인 책이 아닌 연봉 협상, 회의,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한 끗 차이 비법들이 들어있는 이 책을 읽으며, 이젠 심신이 지치는 말 전쟁이 아닌 아주 우아한 방법으로 내 몫을 챙겨 나가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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