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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zhdk3님의 서재
  • 시를 읽는다
  • 박완서
  • 11,700원 (10%650)
  • 2022-01-20
  • : 1,288

2017년 후반기에 발매된 <흔들린다> 이후로 두 번째로 찾아온 작가정신 시 그림책 시리즈 <시를 읽는다>. 이렇게 단단한 표지를 가진 얇은 그림책을 손에 쥐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작년 후반기 김영하 작가님의 북클럽 도서로 구입했던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와 선물로 받게 된 <어린 왕자>를 제외하면 아마도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어른과 그림책은 어딘가 어색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던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이 얇은 책들은 긴 여운을 남겼고, 지금도 내 책장에 머물고 있다.

 

<시를 읽는다>는 아주 오랜 시간 많은 독자들의 유년과 청, 장년 시절을 책임져온 박완서 작가님의 산문집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의 일부 문장을 발췌해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아무 생각 없이 슥- 읽어보면 금방 끝나는 길이의 내용이지만, 이 짧은 글에 담긴 마음은 내 예상보다 깊었다. 아마 기존의 산문집 형태로 읽었다면 “이 문장 좋다.”는 한 마디만 남기고 내 기억에서 쉽게 잊혔을 것이다.

 

‘시를 읽는다’는 행위. 왜 시를 읽는지, 시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인생과 시의 닮은 점은 무엇인지.. 시를 사랑했다던 작가님이기에 평생 이 질문을 품고, 끝없이 고민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나는 시와 친하지 않다. 입시를 위해 출제된 시를 외우고 뜯어본 것 외에 살면서 주도적으로 시를 외워본 적이 없다. 거기에 2020년 말, 멋져 보이는 시집 두 권을 구매하고 아무 생각 없이 완독한 후, 그대로 책장 어딘가에 방치해둔 부끄러운 이력까지 있는지라.. 아무래도 나는 시와 친해질 수 없는 사람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기도 했다. 몇 줄의 글에 꽉- 압축되어 있는 의미와 감정을 느껴보기엔 내 머리의 수준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시를 ‘멋지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정의하면서도 선뜻 다가서려 하지 않았다. 멋지고 아름다운 건 그만큼 먼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아마 작가님의 시에 대한 생각이 담긴 이 짧은 구절이 <시를 읽는다>라는 부드러운 그림책으로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며칠 전 <빅쇼트>라는 영화를 보다가 “진실은 시와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를 싫어한다”는 대사를 듣게 되었고, 이 한마디가 꽤 오래 머리를 맴돌고 있는 찰나에 이 책을 만났다. 사람들은, 나는 왜 시를 가까이 두지 않게 된 걸까. 시는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시가 가진 무게감은, 진심은 얼마나 되는 걸까?. 그냥, 혼자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리고 <시를 읽는다>를 여러 번 읽어본 후, 진실과 시는 닮았고.. 인생과 시 또한 닮아있다, 인생에는 반드시 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와 같은 의식의 흐름에 따른 마무리를 지으며 두서없는 글을 적어본다.

 

글씨가 뺵뺵하게 적힌 벽돌 같은 책, 긴 글만이 멋진 것이 아니라는걸, 아주 오래 잊고 있었다. 이런저런 흔적을 남기기 시작한 후, 글의 길이에 대한 강박을 느끼게 된 시점이 있었다. 주제만 맞는다면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입에 비해 내 글은 항상 더디고 짧다고 느꼈다. 짧으니 알맹이가 없다고, 그저 붕 떠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 문장들을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며 그 생각이 바뀌었다. 몇 문장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감정이, 시간이 글의 진정한 가치다. 빨리 읽으면 1분 내에도 읽어낼 문장들을 몇 번이나 읽고 들여다보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엔 글의 내용만 눈으로 한 번, 글과 함께 섞여있는 그림을 관찰하며 한 번, 천천히 소리 내어 읽어보며 또 한 번, 단단하고 매끄러운 표지와 종이를 더듬으면서 다시 한 번. 시간을 기울여 글의 밀도를 온전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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