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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럽다.” “와... 대단하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를 읽으면서 가장 많이 한 생각이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는 무려 95만 구독자를 모은 감성적인 일상 유튜버 ‘슛뚜’님의 소소하지만 특별한 이야기 조각들을 모아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살아지고만 있다고 생각했던 시간을 지나, 어쩌다 보니 어린 나이에 만나게 된 자유. 그리고 그 속에서 하나씩 찾아가는 나의 삶과, 나의 모든 것이 쌓여간 집에 대한 이야기다. 정갈하게 정리된 글엔 저자의 아팠던 순간과 그 뒤로 찾아온 설렘 같은 것들이 모두 묻어난다. ‘내 집’ 말만 들어도 설레는, 현대인의 가장 큰 목표! ‘내 집’. 이 커다랗고 설레는 존재 앞에서 ‘온전한 나’를 만난 저자의 이야기에 책장이 가볍게 후루룩 넘어간다.
아직 ‘나’조차도 모르는 나는, 오늘도 “난 결혼 안 하고 엄마 아빠랑 평생 살 거야~ 이 집에 얹혀살래~”라고 희희~ 웃고만 있다. 이제 20대의 후반인데도 말이다.
사실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저 미친 듯이 치솟는 서울 집값에.. 월세에.. 치안, 요리, 벌레까지.. 아주 많은 것들이 나의 발목을 붙잡았을 뿐이다. 몇해 전 겪어본 첫 자취를 마지막으로 현실과 타협하며 독립과 내 공간에 대한 꿈을 싹- 접어버렸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또또.. 집에 대한 꿈이 생겨버렸다.
생각해 보면 나도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꽤 오래 전부터 해온 것 같다. 슛뚜님처럼 가족들과 함께 방을 써본 기억 없이 혼자 방을 써왔지만 (4인 가족이라 가능했던 일..) 나에게 주어진 방을 내 맘대로 꾸며본 기억은 없다. 매번 부모님이 골라준 튼튼해야 한다는 원목 가구들과 커다란 침대, 그에 맞춘 침구. 두툼한 프레임을 가진 책장까ㅈ;. 은은한 나무향이 좋았고 가구들은 모두 튼튼해 아~주 오래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 가구들이 완벽히 마음에 들었던 적은 없었다. 난 튼튼하진 않아도 가볍고 차가운 가구들이 갖고 싶었다.
20살이 되어 시작한 자취. 두 개의 집을 오갔던 몇 년이 지나 다시 집으로 돌아온 후, 나는 그제서야 내 방을 꾸며갔다. 그 사이에 취향이 변해 결국 내 선택도 원목 가구긴 했지만.. 아무튼 지금 내 방에 들어차있는 가구들은 나름대로 실용적이고, 꽤 마음에 든다. 왠지 나와 가구들의 이미지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비록 아직 붙박이장을 뜯어내는 일도, 문 위에 시트지를 바르는 일도 뒤로 쭉쭉- 미뤄두고만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
<가끔 집은 내가 되고>라는 제목이, 이 말이 참 와닿는다. 나만의 공간을 꾸며간다는 것, 내 집을 갖고 텅 빈 공간을 내 마음대로 채워가는 과정은 어쩌면 나의 내면을 바깥으로 꺼내놓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나의 생활 패턴에 따라 정해지는 가구의 종류와 위치. 내 취향에 맞춰 선택한 가구의 색과 모양, 그리고 작은 소품들과 공간을 채우는 향기까지. 집과 인테리어란 단순히 ‘이러한 감성~’이라고 포장하기엔,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들을 품고 있는 단어일지도.
나의 취향, 마음, 생활, 목표까지.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담은 ‘내 집’. 특정 시간에 불을 켜고 끄는 것으로 마음 불편할 일 없고, 싫어하는 냄새가 나도 모르는 새 나에게 깊이 배어있을까 걱정할 일 없고, 장미가 그려진 밥그릇이나 갈라진 소파에 한숨 쉴 일 없는 ‘나의 모든 고집’이 담긴 내 집. <가끔 집은 내가 되고>에 기록된 저자의 집은 딱 그런 집이다. 보기에도 딱 예쁜 그 집에 무한한 애정, 사랑하는 존재까지 더해지니 정말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인다. 온 진심을 원기옥처럼 모아 말을 뱉어본다. ‘아 진짜 부럽다.’
매주 집에 관한 예능을 챙겨보며 ‘나는 집과 관련한 운이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 엄마와 SNS에 올라온 사진과 소품, 이런 책들을 읽으며 집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는 나. 꿈은 원대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 모녀는 오늘도 둔탁하고 두꺼운 실내 자전거 하나를 두고 버리네 마네 바꾸네 마네 말다툼을 하고 있다.
솔직히, 10년을 살아온 지금 집은.. 첫 우리 집이긴 하지만 인테리어를 하기엔 조금 늦은 것 같다. 엄마 말에 따르면 이사하기 전에 인테리어를 끝마치지 않는 이상 살면서 바꾸는 건 불가능 하다고 하는데.. 그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다. 내가 30살이 좀 넘을 때쯤이면 나의 독립 +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부모님과 뒤따라올 나의 새 집을 위하여, 오늘도 예쁜 집과 소품들의 사진을 스르륵 훑어본다. 수많은 집을 보다 보면 그 사이에서 얻을 내 취향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슛뚜님의 브이로그를 후루룩 봐버렸다. 아, 다시 생각해도 이 집, 정말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