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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령님의 서재
  • 영초언니
  • 서명숙
  • 12,150원 (10%670)
  • 2017-05-18
  • : 3,708

나는 그날, 학내에 상주하며 학생들을 이간질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게 했던 경찰초소를 내손으로 때려 부순 날, 역사와 대중앞에 스스로 떳떳해졌다. 이후 평생 나에 대한 자존감을 갖게 되었으므로.
이미 충분히, 평생 넘칠 만큼 보상을 받았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나는 그 어떤 형태의 보상도, 인정도 더는 필요없는 사람이다.그러나 이 나라 정부와 사법부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던 나와 같은 이를 '죄인' 으로 낙인찍은 선고와 판결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만 하며 그에 대해 정당한 조치를 하고 역사를 바로 잡아야만 한다. 그것이 내가 나의 유죄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는 근거이다. (p.282)

                                 1959 년 생 76 학번인 서명숙은 대한민국의 변방 제주도에서 ' 서명숙상회'의 딸로 태어나, 서울로 유학온다. 제주도에서 공부잘하는 딸, 학교에서 소문난 모범생이고, 교사가 되고자 했던 그녀는 76 학번으로 입학하여, 천영초 , 영초언니를 만나면서, 시대의 삶에 자신을 내던진다.
이 책은 수기다  엄혹한 시절을 산 청춘들의 수기이다
실존 인물인 천영초와 서명숙, 그리고 그때를 산 사람들을 증언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그들이 외친, 자유, 민주, 평등은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
영초언니의 실존 인물인 ' 천영초' 씨의 삶은  꼭 독립투사들의 삶을 생각나게 한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던졌지만 정작 자신의 가정은 돌보지 못해 빈한하게 살았던 후손들, 개인의 영달은 사치라고 생각했던 순진한 사람들은 참 불행한 일들의 연속이다 , 시험에 들지 말게 하소서의 귀절이 생각난다.

이 책은 내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했던 한 여성에게 바치는 사랑노래입니다. 이 노래를 듣고 그녀가 조각난 기억의 파편을 온전히 맞추어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ㅡ프롤로그 중 ㅡ

"오랫동안 잊고 살았습니다." 시작하는 프롤로그는 정말 많은 이들을,일들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는 참으로 많이 잊고 살았다.
영화 1987 을 보면서 옛날을 기억하며, 눈물을 훔쳤던 우리는 1987 의 6 월 항쟁이 시작도, 종착역도 아니였음을 잊을 때도 있다.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욕망임에도 , 우리는 세상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그 편리함에 또 다른 누군가의 억압을 만들지는 않는가. 촛불이후 광장은 증언대가 되었고, 기억의 자리가 되었다.
기억을 재생하는 수많은 이야기들
정작 우리는 기억을 부둥켜앉고 그 기억속의 수많은 투사들이 '무엇'을 위해 자신을 바쳤는지 , 그것이 '무엇'인지를 기억해야할 것 같다. 사람을 기억하면서, 그들이 투신한 본질을 도외시하는 것은 또 다른 역사의 오류를 범할수도 있을 것이다.
영초언니는 민주화 투쟁사에서 남성 활동가들의 증언록만 남은 상황에서 ( 기억되는 이라고 고치자.) 여성의 관점에서 운동권 여성들의 외부적, 내부적 편견에 맞서 싸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천영초씨가 한국에서의 삶이 평안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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