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잃은 건 무엇일까
<애니가 돌아왔다>는 영국의 스티븐 킹으로 주목받는 C.J 튜더의 두번째 작품이다. 2018년 데뷔작 <초크맨> 은 "강렬란 도입부와 반전"을 선사하는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알리기게 충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8년 아마존 상반디 올해의 책에 이름을 올렸고, 이 작품 <애니가 돌아왔다>는 ,<선데이 타임스> <데일리 메일>등의 언론을 통해 전작을 뛰어넘는 후속작으로 불린다.
이 작품은 충격적인 사건 현장으로 시작된다. 경찰은 주택의 집안에서 발견한 사건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전개될는 위쪽 벽에 대문자로 휘갈겨진 "내 아들이 아니야."로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는 요소는 충분하다. 작가는 기존 스릴러나 범죄물에서 보여지는 상투적인 사건 현장을 프롤로그에 배치하여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는 "혹독하고 음울하며 시큰둥한" 더군다다 "폐쇄적이고 방문객을 불신하는 눈빛으로 대하는 "(p..18)안힐로 돌아가면서 전개된다. 주인공 조는 안힐아카데미에 교사로 취직하고자 서류 위조까지 하여 방문한다. 조가 서류를 위조하면서까지 찾으려 하는 것이 무언인지. 그것이 단순히 도박으로 인한 빚이 아닌지에 대한 흥미를 자아내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애니는 조의 여덟살 동생이었고 실종 된 지 48시간만에 돌아와 화제가 된다. 조는 25년전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메일과 사건을 접하고 돌아오게 되는데, 그것이 어떤 구원자적 자세보다는 자신의 "현재"를 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돌아왔다기 보다는 도박빚을 갚기 위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나쁜 일이 남긴 잔상은 느낄 수 있다는 말은 믿는다. 그것들을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처럼 우리의 현실이라는 천 위에 각인된다. 그 흔적의 원인은 오래전에 사라졌을지라도 남은 자국은 영영 지워지지 않는다."(p.33~34) 조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애니의 실종과 죽음이었는지. 그로 인해 현재이 곤란인지를 물어보기도 전에 작가는 우리를 여러 인물들의 만남 (25년 전 친구- 스티븐, 닉, 마리, 크리스, 미스 그레이슨, 루스) 을 통해 과거에 한층 가까이다가간다.
안힐은 폐광을 가진 시골마을로 탄광이후 실직을 해서 늘 술에 절어사는 조의 아버지처럼, 작가도 어린 시절 광산노조파업이 일상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는 경험하였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주 소재로 사람들을 끌고가는 심연의 공간으로 존재하는 "폐광"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삶을 지하 갱도에 바친 이들의 죽음과 실직으로 인한 가정의 파괴가 묘사된다. "거기 남은 것은 고스란히 방치되고 버려졌다."(p.165)
작품에서 그려지는 현실에 작가는 냉소적인 자세를 취한다. "인생은 다정하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 막판에는 그렇다. 우리 어깨에 부담을 더하고 발걸음에 무게를 더한다. 우리가 아끼는 걸 찢어발리고 영혼을 후회로 단련시킨다. 인생에 승자는 없다. 결국은 잃는 것인 인생이다. 젊음,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고 사랑하는 것들. 나는 가끔 인간을 진정으로 나이 들게하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 아니라 아끼는 사람들과 사물들의 소멸이라는 생각을 한다."(p.168) 한때 자신이 좋아했던 마리를 보면서, 한때 동네의 우두머리였던 스지금은 지방의회의원이 된 스티븐의 아내인 그녀를 통해 삶에 대한 통렬한 심정을 되이뇌는지 모른다.
이 작품은 세가지 요소를 지니고 있다. 1980년대 일어났던 영국의 광산노조파업으로 인한 가정의 분열, 학교에 만연하는 괴롭힘의 문제, 이 책의 장르를 결정하게 하는 오컬트적 요소까지 존재한다. 생게를 책임져야하는 부모를 대신하여 여동생 마리를 돌봐야 했던 조, 그리고 친구들의 무리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그들의 필요에 의해 친구로 지냈던 크리스와 조까지,조가 돌아와 과거를 회상하고 과거가 어떻게 현재와 평행선상에서 복기되는지를 밀도있게 그려내고 있다.조의 현실과 과거의 교차는 독자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방식으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사용되는 소재들, 장르문학이나 영화에서 익숙하게 사용되는 인형, 과거, 폐광, 딱정벌레, 유골, 실종된 존재가 다시 돌아왔다는 설정은 상당히 상투적이다. 그럼에도 소재는 익숙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것은 결국 작가의 문체나 스타일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C.J튜더는 안정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공포물과 스릴러의 묘한 결합, 그리고 우리가 알았던 것을 불시에 습격하는 듯한 반전은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그날 폐광에 간 스티브와 닉, 조, 마리, 크리스 그들이 그곳에서 잃은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우리는 그곳에 당도하기 전에 어쩌면 '악마'로 상징화되는 내면의 악이 실재한다는 것을 믿고 싶어하지 않는지 모른다. 마지막까지 그 악이 무엇인지 돌아온 애니인지. 아니면 그들을 만들어낸 공간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 작품에서는 선악의 구원적인 메세지보다는 악과 선의 혼재를 통해 우리를 가리는 진실이 정녕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장르물도 결국 작가의 문장력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하는 작품이다. " 그림자는 그림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림자는 그냥 그림자인 적이 없다. 그림자는 어둠의 가장 깊숙한 부분이다. 그리고 어둠의 가장 깊숙한 부분에 괴물들이 숨어 있다." (p.375)
장르물을 좋아하는 독자나 장르물에 익숙하지 않다고 해도 편안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이야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