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토록 불변하고 사라지지 않는 성경 가운데서도 자주 접하는 내용 중에 하나가 십계명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친히 새겨 주셨을 뿐 아니라, 신약의 교회에게까지 전하게 하셔서 십계명을 통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와 사랑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계명을 율법 주의적으로 적용해서 교회에 주어진 자유를 억압하거나, 반대로 현대 교회와는 상관없는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많이 있는데, 이러한 때에 개혁주의 교회를 지향하며 맡겨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손재익 목사님의 ‘십계명, 언약의 10가지 말씀’의 발간 소식은 참으로 반가웠다. 간단하게 소감을 작성한다.
저자는 십계명에 대해 논리정연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언약’이라는 측면을 강조해서 성경 본문을 중심으로 서술하면서 개혁교회의 중요한 신앙고백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벨기에 신앙고백서를 적절하게 참고하며 믿음의 선배들이 고백한 십계명이 오늘날 교회에도 잘 이어져야 할 것을 강조한다. 여기에 교회적인 가치와 더불어 예배로의 적용과 사회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한다.
저자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전개한다. 첫 번째는 서론 격으로 십계명에 대한 기본 내용으로써 십계명을 왜 공부해야 하는지, 역사 속에서 십계명의 위치는 어떠했는지, 그 성격은 어떠한지,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한다. 두 번째 부분은 본론 격인데 십계명의 머리말부터 시작해서 10가지 말씀을 하나님 속성, 교회적 의미, 예배, 사회적 의미 등으로 하나씩 일관되게 풀어나간다. 마지막 세 번째는 결론 격으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전히 성취하고 완성하신 공로로 말미암아 감사함으로 십계명을 지켜나갈 것을 도전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십계명에 대해 핵심적인 부분에서부터 시작해서 일관되게 해석해 나간다는데 있다. 그리스도인의 존재론적인 의미에 있어서 가장 핵심인 부분이 바로 ‘언약’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제목에서도 나타나듯이 저자는 ‘언약’의 말씀이라는 측면을 부각해서 이 언약의 10가지 말씀이 교회와 예배에 있어 어떤 중요한 위치가 있는지에 대해서 전개한다. 그러나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회학 전공자답게 다방면의 사회적인 고민과 적용을 서술하면서 자칫 관념적으로만 이해하고 끝날 수 있는 부분을, 독자가 처한 현실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고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한다. 책 속에서 그려지는 저자는 하나님께서 세상과 전투하는 교회에게 주신 전투지침서가 바로 십계명이라고 가르치는 군대 교관처럼 보인다.
저자는 성경 본문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어쩌면 간과하기 쉬운 역사적 신앙고백서들의 소중함을 역설한다. 각 단원마다 빠지지 않고 신앙고백서의 내용을 삽입해서 독자들 또한 동일한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본서를 읽도록 안내한다. 신앙고백서는 영어 원문을 곁들여서 이들 고백서가 강조하는 십계명 해설을 고스란히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따라서 독자는 본서를 통해 성경과 십계명과 신앙고백서들을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교재를 함께 잘 활용한다면, 교회와 가정에서 언약의 자녀들에게 십계명을 가르치기에 이만한 국내 도서를 찾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아쉬움도 없잖아 있다. 아무래도 해석과 적용에는 독자가 가진 입장에 따라 다양할 수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데, 때로는 독자에 따라 과도한 적용으로 비춰져서 부분적인 반감이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부분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은 염려이다. 조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주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이는 본서가 강단 선포의 성격에 충실한 탓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또다른 하나는 의도적이었는지 모르지만, 각주에 나타난 도서들 중에 마지막 참고도서 목록에서는 빠진 것(예:Daved CLyde Jones, 송영목, 이상규 외 다수)을 찾았는데, 본서를 참고로 해서 교육하고자 하는 입장의 독자를 위해 참고도서를 정확하게 안내해 준다면 좀 더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십계명, 10가지 언약의 말씀’을 독서하므로 2017년 정유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현재 네 명의 딸을 집에서 교육하는, 소위 홈 스쿨을 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큰 방향을 그릴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교재를 가지고 함께 공부하며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의 모습을 묵상하며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 본서를 통해 더욱 합당한 언약의 백성, 언약의 가정으로 세워지며, 더욱 건강하고 바른 교회의 일원으로 개혁되어 나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