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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경님의 서재

책 읽기는 어린 시절 나의 도피처였다. 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리 슬프고 공허하고 불행해도 책을 집어 들어 읽는 순간만큼은 당시의 상황에서 벗어나 낯선 시간, 낯선 장소에 있는 주인공들에게 고스란히 마음을 빼앗길 수 있었다. 더 이상 내 상황에 몰입하지 않을 수 있었다. 책은 언제나 변덕스럽지 않은 사랑을 주었고, 나를 두고 떠나지도 않았다.
글쓰기는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글쓰기란 참으로 신비한 면이 있어서 그때그때 생각나는 것을 쓰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놀라울 정도로 내용이 일관적이다. 나의 최초의 글쓰기는 대체로 가정폭력에 관한 이야기였다. 다시 읽어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보수적이다. 글 속의 나는 덤덤해 보이기까지 한다. 스스로 무엇을 쓰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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