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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드래곤 펄』, 이윤하
스페이스 오페라 『나인폭스 갬빗』을 쓴 이윤하 작가의 신간이 나왔다. 『나인폭스 갬빗』은 책 두께도 두껍고 세계관도 엄청나서 읽기 전엔 부담이었는데, 막상 읽고 나니 2부작이 너무 기다려졌다. 그렇게 『나인폭스 갬빗』의 다음 편을 기다리던 중, 이윤하 작가님 신간 『드래곤 펄』의 도서협찬 제안을 받아 읽을 기회가 생겼다. 이윤하 작가의 소설을 두 편 읽고 나니, 그가 생각해내는 미래의 세계관 자체에 감탄하며 읽었다. 이질적 느낌을 줄 수 있는 한국 전설과 SF를 적절히 조합하면서도, 인물과 세계관은 정당성을 가져 탄탄하게 느껴졌다.
『드래곤 펄』은 정체가 구미호인 열세 살의 ‘민’이 우주군에 속한 자신의 오빠 ‘준’을 찾기 위해 우주로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정부 조사관이 전한 ‘준’의 탈영 소식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은 오빠의 편지를 보고선 그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배낭만 들고 집을 떠난다. ‘민’은 처음 보는 화려한 광경들과 갑작스레 찾아온 우주 전투들, 유물을 위한 배신과 끝없는 욕심들을 보고 겪는다.
“우리는 가난해요. 그래서 내가 도움이 될 일을 하고 싶어요.”
부끄러운 듯 그 말을 했다. 마음에 걸렸다. 아마 그 말이 사실이고 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리라. 나는 마침내 집에서 달아났다. 진주는 우리 뒤에서 점처럼 작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어디에 있든 먼지와 낡아 해진 옷들과 다 닳은 가구는 언제나 머리에 떠오를 것이다. _ p.97
그러나 기를 더 오래 다룰수록 일은 더 쉬워졌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마다 나는 그냥 내 본능을 믿었다. 그래, 위험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좋은 결과를 내고 있었다. 마치 내가 태피스트리를 짜고 있는 것처럼, 기의 흐름이 보이는 것 같았다. _p.218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지만, 『나인폭스 갬빗』보다 읽기가 쉬웠다. 『나인폭스 갬빗』은 세계관 자체가 복잡하고,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여 기록해가며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드래곤 펄』은 소프트 스페이스 오페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인물들이 가진 능력은 『나인폭스 갬빗』에 뒤지지 않는다. 구미호인 ‘민’이 구사하는 ‘요술’이 이 소설을 읽는 묘미였기 때문이다. ‘홀리기’와 ‘변신’으로 상황을 헤쳐나가고 시련을 겪고서, 포기 않고 목표에 도달하는 모습에서 정말 멋진 성장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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