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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님의 서재
  • 공간이 만든 공간
  • 유현준
  • 14,850원 (10%820)
  • 2020-04-30
  • : 12,456

『공간이 만든 공간』, 유현준

지금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창조적 변화는 멈추게 된다. _p.397 「닫는 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요즘 예술과 과학의 교양서적을 찾아 읽는데 재미가 들렸다. 건축은 예술과 과학의 융·복합적 산물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리고 유현준 교수의 강연 영상을 보고 과제를 작성해낸 적이 있어서 더욱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반가워했다. 마침 을유문화사에서 서평단을 모집하길래 재빠르게 신청했고, 운이 좋게 책을 받을 수 있었다.

400페이지의 두꺼운 책이다. 앞의 100페이지는 문명 발전의 역사를 기술했다. 역사를 미리 일러준 것은, 뒤에 있을 300페이지의 수많은 혁신을 뒤받칠 단단한 기반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은 마시길. 오히려 이미지와 풀어 쓴 설명으로 아주 친절한 책이었다. 뒤의 300페이지는 한자리에 앉아 금방 읽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다. 재미있는 건축 교양 수업을 수강한 기분이었다. 평소에 잘 접하지 못하는 건축물이나 평면도를 감상할 수 있는 점도 또 다른 소소한 재미 요소였다.

지구의 자연환경에 영향을 받은 동서양의 각기 다른 건축 문화, 기술의 발전으로 지구의 공간의 압축을 통한 융합, 국제주의의 한계를 저항하며 나온 다른 학문 간의 융합, IT 기술과 아날로그의 융합. 저자는 이러한 순서대로 건축 양식의 발전에 관해 설명한다.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을 텐데, 저자는 동서양의 건축 양식을 장기 게임인 체스와 바둑, 곤충인 벌과 개미를 통해 비유하여 설명하기도 했다. 체스와 벌이 서양이라면, 바둑과 개미는 동양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공중에 있어 주위 자연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벌은 육각형 모양의 기하학적인 집을 지을 수 있다. 반대로 땅이란 자연을 고려해야 하는 개미는 외부의 형태보다는 공간 내부의 연결망을 더 중요시한다. 수학적 논리를 기반한 서양 건축과 외부와의 관계를 기반한 동양 건축의 특성을 봤을 때, 정말 탁월한 비유라고 생각했다.

벽 중심의 서양 건축과 기둥 중심의 동양 건축은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해왔다. 특히 유럽 내 중국 도자기의 열풍이 그 시작이라고 봐도 좋다. 도자기에 그려진 동양 건축의 영향을 받아 영국에선 중국의 정원을 따라 하고 마당에 ‘파고라’를 지어 거기서 차를 마셨다고 한다. 동양 문화의 수용으로 “직선에서 곡선으로” 서양의 건축은 바뀌어 갔다. 저자는 당시 유럽인의 충격이 DDP를 처음 본 한국인들의 충격과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DP가 처음 공개됐을 때, 언론 매체로 접했던 당시의 충격이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 유럽인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듯하다.

근대 건축의 4대 거장 중, 독일의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와 스위스의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에 대해서도 새로이 알게 되었다. 그들은 기둥 중심의 동양 건축 양식을 신 기술과 융합하길 시도했다. 그들의 시기별 건축을 확인하면서, 이름난 거장들도 처음부터 완벽한 융합을 만들진 못했음을 깨달았다. 걸작은 최초의 변화 시도가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덧붙여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특히 그의 건축물 ‘물의 교회’는 1인칭의 시점으로 영화를 보는 듯, 건축물 내부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의 감동을 위해서 보통 두 시간 정도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주요 장면 이전에 이야기의 전개가 중요한데, 그것을 가장 잘하는 공간 이야기꾼이 안도 다다오다. _p.311 「물의 교회: 시간으로 공간을 만드는 힘」

#공간이만든공간 #유현준 #을유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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