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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님의 서재
  • 지구에서 한아뿐
  • 정세랑
  • 11,700원 (10%650)
  • 2019-07-31
  • : 20,020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적막할 때, 무기력할 때 묵묵히 찾아 읽는 책. 그런 책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이고 행복인지. 그래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픈 책이다. 그들도 이런 책이 한 권쯤 있길 바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친구 민선이에게서 개정판을, 사랑하는 출판사 난다에서 숲 에디션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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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여행을 다녀온다던 남자친구 경민은 먼 우주로 떠났다. 대신 반 광물의 외계인이 경민의 모습을 하고 돌아왔다. 2만 광년 먼 곳의 행성에서부터 널 좋아하고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말이다. 한아는 떠난 이에게 미련을 두지 않았고, 충격도 잠시였다. 한아는 훨씬 다정한 새로운 경민을 만나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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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정세랑 월드에 입문시킨 장편소설이었다. 장편이라 해도 두 시간 만에 완독할 만큼 전개는 빠르고 답답한 감도 없다.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소설 속 주인공들이다. 유쾌하고, 멋지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인물들. 구구절절하지 않으나 누구보다 뜨거운 인물들. 그래서 그들을 유독 사랑하고, 응원한다. 나는 이들처럼 우주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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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가 말했고 경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민은 한아만큼 한아의 신념을 사랑했다. 한아의 안에도 빛나는 암석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이다. _p. 172

사랑스러운 배우자의 얼굴을 보며 원래 그 얼굴의 주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을 보았다. 한아는 그 얼굴이 아니라 얼굴 너머에 있는 존재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이 사랑은 혼란스럽지 않아, 입안으로 말했고 확신했다. 외부 슈트 없이 본연 그대로의 돌덩어리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_p. 180

경민은 오만해질 정도로 행복했다. 부럽지? 그러니까 너희들도 얼른 달려가. 하얗게 타는 발자국을 남기면서 열심히 달려가란 말이다. _p.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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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의 놀라운 공존을 그렸다. 타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고 사랑하는 인물들. 그러면서도 신념을 지키는 주인공들. 유행이 지난 옷들을 새 옷으로 만들어주는 일을 하는 한아, 한아의 곁에 있으려 2만 광년을 달려온 경민, 동양풍 화가 유리,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우주로 떠나는 주영, 한아를 두고 우주로 떠나버린 엑스. 모두 저마다의 중력을 따르는 이들이다. 처음 읽었을 땐 말없이 떠난 엑스가 악역 같았는데, 다시 읽을 땐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아의 말 때문이었다. 비현실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더 좋다. 그래서 더 한아답다. 멋지다.

다음번엔 속하게 된 곳을 더 사랑할 수 있거나, 아니면 함께 떠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어. 여기도 아니고 나도 아니었지만, 다음번에는 꼭. _p.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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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다시는 이렇게 다디단 이야기를 쓸 수 없겠지만, 이 한 권이 있으니 더 먼 곳으로 가보아도 될 것 같습니다. _p. 224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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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첫 난다의 책이었다. 그래서 난다의 이미지에 이 책이 콕 박혀있다. 난다는 힘을 주는 출판사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힘을 주는 책, 그것이 너무 좋아서 서포터즈도 지원했더랬지. 이 책처럼 나도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동력을 실어주는 사람이 될 테다.

#지구에서한아뿐 #정세랑 #난다 #난다서포터즈 #교보문고 #숲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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