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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님의 서재
  • 다독임
  • 오은
  • 12,600원 (10%700)
  • 2020-03-28
  • : 1,565

 『다독임』, 오은

그간 하던 일이 잘 안 되었다. 큰 것에만 집중한 나머지 작은 것들을 살피지 못해서, 작은 나를 살펴보지 못해서 건강이 나빠졌었다. 어느 때보다 더욱 건강을 챙겨야 할 때라 털고 일어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을 걷다 아주 작은 솔방울을 발견했다. 이전 같았으면 무관심했을 작은 솔방울이다. 솔방울을 지나치지 않고 다시 한번 살폈다. 동그란 모양새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작은 것을 살피는 『다독임』과 잘 어울릴 것 같아 주인공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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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동안 나는 내 몸에 너무 무심했었다. … 호흡은 들숨과 날숨으로 구성되는 것인데, 내 호흡에는 들숨만 있었다. 들이쉬는 데 열중한 나머지, 내쉬는 일에는 소홀했었다. 숨구멍이 트일 겨를이 없었다. 한숨만 늘었다. _ p.159 <어때요, 숨구멍이 좀 트이죠?>

나는 한숨이 잦은 사람이다. 그동안 그저 큰 날숨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너 왜 한숨을 쉬어?”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제야 이것이 한숨인 것을 알았다. 이게 한숨이었다. 나도 모르게 내 쉰 한숨에 놀랄 때도 있었다. 몸이 힘들어하는데 돌볼 겨를 없이 한없이 어설프게 살고 있구나.

나는 열심히 하지만 항상 어설픈 사람이다. 나는 그런 내가 싫었다. 항상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고 어설픈 내가 창피한 적도 있다. 내가 쓴 글이 부끄러워 아무에게도 안 보여준 적도 많다. 쓰고 싶어 썼으면서 독자가 없는 글만 잔뜩이었다. 내 글의 가치를 “아무것도”로 만들어버린 건 나였다.

아이가 예쁘게 깐 귤껍질을 내밀며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이걸 글로 써도 돼요? 이런 것도 글이 될까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요.” 그럼, 무엇이든 네가 쓰면 글이 된단다. 네가 쓰면, 쓰기만 하면. 나는 속으로 힘차게 대답한다. 귤나무에서 떨어진 귤이 오렌지가 되고 망고가 되고 지구가, 우주가 되는 상상을 한다. _ p.258 <네가 하면, 네가 하기만 하면>

『다독임』은 우리가 쓴 무언가는 언젠가 우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수많은 내일이 오늘이 되고 어제가 될 때마다, 내가 모르는 길을 향해 한 걸음을 떼기가 힘들다. 그러나 누군가의 한 걸음을 응원하는 시선이 담긴 산문들이 있다. 누군가의 진심을 “아무것도”로 여기지 않는 시인님의 시선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어린 진심이라도 진지하게 들어줌이 참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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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전주에 있는 동네책방 ‘잘 익은 언어들’에서 만난 일곱 살배기 친구가 내게 카드를 건네주었다. 거기에는 삐뚤빼뚤하게 “작가 선생님 사랑해요”라고 적혀 있었다. “안녕”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지는데,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그것은 다독이는 안녕이었기 때문이다. _ p.276-277 <다독이는 안녕>

모두들 안녕하기 힘든 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안녕해달라는 말을 한다. 모두 안녕하세요.

#다독임 #오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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