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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은님의 서재
  • 인간의 피안
  • 하오징팡
  • 13,500원 (10%750)
  • 2020-04-03
  • : 684

『인간의 피안』, 하오징팡

 

정말 좋아하는 김초엽 작가님의 추천사로 알게 된 sf 소설집. 여섯 편의 단편 소설에는 인간과 AI의 공생이 자연스러운 미래 세계가 그려져 있었다. 그곳은 어쩌면 아주 편리한 세계이면서, 동시에 아주 찝찝한 세계였다. ‘이렇게 AI를 사용해도 되는가?’, 이 미래 세계는 분명 ‘디스토피아’일 것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영생 병원」이었다. 병원에서 만들어진 가짜 어머니를 부정하던 주인공은 결말에선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돋보였던 작품으로, 진실을 좇는 전개가 추리소설을 읽는 듯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들이 한 일이, 정말로 전적으로 잘못된 것일까요? 가짜 사람을 만들어서 환자의 집으로 돌려보냈다 쳐도, 그것이 정말로 악행일까요?” 누가 봐도 잘못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을 주인공은 왜 옹호하게 된 걸까? 결말의 반전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피안’이 내포한 것은 실은 아주 단순하다. 인간은 차안(此岸)에, 인공지능은 피안(彼岸)에 있다. 저 멀리 피안을 바라보는 건 우리가 서 있는 차안을 비추어보기 위함이다.”

차안(此岸)이란 “나고 죽고 하는 고통이 있는 이 세상”이며, 피안(彼岸)이란 “사바세계 저쪽에 있는 깨달음의 세계”이다. 하오징팡은 인간을 알기 위해서, 역설적으로 인공지능을 보였다. 그녀가 왜 인간과 인공지능의 위치를 그렇게 설정하였는지는 책에 실린 단편 소설들을 읽으며 생각해볼 수 있었다. AI가 무엇을 가지기에 그것이 인간을 비추는가?

 

“인공지능 시대에 모든 보통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일지도 모른다. … 인공지능을 이해해야만 그들과 동행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 자신을 이해해야만 인간이 가진 우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인간 자체의 신앙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을 이상(理想)으로 할 때만 미래에 우리 자신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

1학년 교양 수업 과제로 AI의 사랑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었다. AI가 아니고, 심지어는 인간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는 한계에 놓였다. 나는 결론을 하나의 답이 아닌 질문으로 끝내버렸다. 그 질문은 내가 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하오징팡이 제시한 과제처럼 AI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인간을 우선으로 이해한다면, 그땐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다시금 고민해보는 시간이 됐다.


#인간의피안 #하오징팡 #은행나무 #은행나무출판사

"‘인간의 피안’이 내포한 것은 실은 아주 단순하다. 인간은 차안(此岸)에, 인공지능은 피안(彼岸)에 있다. 저 멀리 피안을 바라보는 건 우리가 서 있는 차안을 비추어보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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