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박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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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다이어트 식단으로 먹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불현듯 떠오른 에세이 북이다. 내 다이어트 메이트라고 할 수 있는 닥터유 단백질 바(단백질 함량이 무려 12g, 심지어 맛있음)를 옆에 두고 책 사진을 찍었다. 치킨, 피자, 햄버거보다 이 단백질 바가 더 상징물답다고 생각했다. 다이어트와 뗄 수 없는 단백질이지 않은가. 책을 펼친 지 두 시간 만에 다 읽었다. 한마디로 너무 재밌다. 한때 힐링 에세이 책만 찾아다녔던 때, 맘에 와닿는 책을 전혀 찾을 수 없었기에 에세이 책은 멀리하는 대상이 되었다. 근데 이 책은 너무 재밌다. (에세이 책 싫다는 말 취소ㅎ) 펼치자 마자 그 자리에서, 두시간 만에 읽었다.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 내가 수없이 다짐했던 말이었다.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하고 규칙적인 생활로 이뤄진 체중감량. 정확히 P.T 마지막 날 나는 내가 원하던 몸무게를 찍었다. 근데 스트레스는 끝나지 않았다. 나를 보면 꼭 말 한마디를 더 보태더라. 살은 어떻게 뺐냐, 예뻐졌다 등의 말들. 거의 흘려듣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건 꼭 2절까지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수 없이 들었던 외모 지적이 이제 끝나는 줄 알았는데, 더 빼라느니 이제 빼지 말라느니 하는 말은 정말 곱씹을수록 화나게 했다. 나를 걱정한다며 핑계 삼아 얹는 당신의 한마디는, 여러 사람을 빙 돌아 나에게 스무 마디가 되어 돌아온다. 이제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제발!!!!!!!!
살이 빠져서 자신감이 생겼냐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어떤 대답을 했는지 기억은 안 난다. 지금 대답하자면 전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속은 뒤틀렸다. ‘과거의 나’도 내가 맞는데, 마치 체중이 감량된 지금의 내가 옳은 것 마냥, 알맞은 것처럼 평가당하는 것이 기분 나빴다. “예뻐졌네”라는 말은 내가 과거의 나를 지우게 했다. 그래서 내 갤러리엔 내 과거 사진이 많이 없다. 비포 애프터 사진을 구하는데, 친구들한테 달라고 했을 정도니 말 다 했지. 오랜만에 보더라도 예뻐졌단 말을 제발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넘어갔으면, 제발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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