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윌 듀런트
언젠가 나는 엄마한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엄마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냐고, 왜 살아가고 있냐고 말이다. 다행히 엄마는 헛소리한다며 타박하지 않았고, 우리 삼 남매를 위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엄마의 진지한 답이었지만, 키울 자식이랄게 없는 나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다.
가끔 통제할 수 없는 심연에 빠질 때, 자괴감은 끝없는 질문을 만들었고 그 끝엔 내가 누구인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우울함을 잠시 벗어나도, 다시 돌아오는 질문이었다. 그래서 도망칠 수 없다면 똑바로 직시하고 답을 찾고 싶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아직 답을 찾이 못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정말 권하고 싶다.
“윌 듀런트에게 잘 차려입은 남자 한 명이 다가와 조용히 말을 걸었다. 그는 자살할 생각이라고 했다. 철학자인 듀런트가 자신에게 살아야 할 이유를 말해 줄 수 없다면 말이다. 듀런트는 남자가 계속 살아야 할 근거를 제시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남자는 설득되지 않은 기색이 뚜렷한 채 자리를 떠났다. 얼마 후 듀런트는 세계 각계 100인의 셀럽에게 삶의 의미를 묻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보낸 윌 듀런트, 윌 듀런트에게 답장을 보낸 사람들, 이 책을 출간하는데 힘쓴 분들께 감사하단 말부터 전하고 싶다. “이 같은 거대한 집단이 이처럼 심오한 질문에 일제히 답한 일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그들의 답변 중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란 것엔 변함이 없다.
편지를 받은 100인 중에서 모두가 같은 고민을 해왔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윌 듀런트의 편지를 받고서야 고민해본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고민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아주 까칠한 답장을 보냈다. “젠장, 내가 어찌 알겠소? 그런 질문에 뭔 의미가 있단 말이오?”) 나머지 답장을 보낸 이들은 아주 성실한 답변을 줬다. 일상을 파고든 이 바늘같이 날카로운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수 없이 좋은 답장이 많았다. 그러나 그중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마지막 답장을 고르고 싶다. 감옥에서 종신형을 사는 죄수의 기고문이었다.
“오늘 저녁 나는 감옥 마당에서 다른 죄수들 가운데 서 있습니다. 다들 고개를 쳐들고 우리 머리 위로 장엄하게 흘러가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비행선 ‘로스앤젤레스’호를 바라보고 있지요. 내 마음속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릅니다. 선사 시대의 생물체가 바다를 빠져나와 육지로 올라왔듯, 인간도 육지에서 하늘로 올라가기 위해 분투하는 중이라고. 언젠가는 인간이 광대한 행성 간의 공간을 통과하여, 지금 우리가 선사 시대의 인간보다 더 높은 차원에 이르렀듯이 저 비행선만큼 드높은 또 다른 차원으로 올라설 수 있는 지식을 얻어 내지 못할 거라고 어느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책의 가장 마지막엔 또 다시 직면하는 윌 듀런트가 나온다. 자신에게 찾아온 그 남자에게 보내는 답장이 있었다. 그가 계속 살아야 하는 많은 근거를 들어 설득하고 있었다. 구구절절 애처로울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남자가 봤다면 좋았을 편지의 구절은 아주 사소한 부분이었다.
“결국 이 모든 조언이 얼마나 헛되고 속물적인 것인지 나 역시 잘 압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요. 하지만 오셔서 나와 한 시간만 함께해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에게 숲으로 난 오솔길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 오셔서 내가 얼마나 어수룩한 낙관주의자인지 말해 주십시오. 내 논리를 실컷 공격하고 이 중간계를 마음껏 저주하십시오. 나는 당신이 말하는 모든 것에 동의하겠습니다(당신의 결론만 제외하고요). 그러고 나면 우리 함께 평화의 빵을 나누어 먹읍시다.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 속에 우리의 젊음을 되살리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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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읽을 고전이다. 1930년대의 사람들 시각이 90년이 지난 지금의 나와 완전히 일치할 수 없다는 점은 안다. 그리고 윌 듀런트의 말처럼 인간이 다른 인간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그들도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고민을 했다는 것, 그리고 나와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란 것이 다르지 않다는 것, 나와 비슷한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살아갈 이유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