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25
> 어른들에게는 그렇게 까마득한 고독 속으로 굴러떨어져야 겨우 나를 지킬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 그런 구덩이 안에서 저 혼자 구르고 싸우고 힐난하고 항변하며 망가진 자기 인생을 수습하려 애쓰다보면 그를 지켜보는 머리 위의 작은 밤하늘뿐이라는 것.
🔖p. 140
>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눈의 결정 같은 것. (중략) 그 다르고 다른 것들이 초속 30센티미터로 떨어져내리는 데는 어딘가 초월적인 부분이 있다. 초월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듯 느껴지지만 창밖을 보기 위해 발꿈치를 드는 행동에도 있다고, 주찬성이 말했던 것처럼.
🔖p. 236
> 이년을 겨우 채우고 나온 그 회사는 세미에게 꼭 어딘가에 버려둔 다이어리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상세히 기록된 하루하루의 영욕이 부담되어 버렸지만 정작 그 버렸다는 사실만은 절대 잊히지가 않는.
'가장 작은 사람들의 크리스마스'라는 집필 방향처럼 특별하지는 않지만 각자의 일상을 묵묵히 살아가며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와 닮은 책 내용에 더욱 몰입이 되었습니다. 단편 일곱 편의 등장인물들이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했어도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들기도 했으나, 크리스마스가 있는 이유에 대해 무엇이, 어떤 사람이, 어떤 시간이 진짜인가를 생각해 보기 위해서일 것이라는 작가님의 말에 이내 수긍하며 아쉬움은 살짝 넣어두기로 했습니다. 책장을 덮은 다음에야 책 속 세상이 우리가 그리는 이상적인 크리스마스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을지라도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이 이야기가 오히려 우리에게 큰 위안과 감동을 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작고 소중한 크리스마스 전야를 만끽하고 싶은 독자에게, 책 속 문장에 힐링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창비 가제본 서평 이벤트 참여로 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