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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우스















호주 작가 Hannah Kent가 로터리 장학생으로 아이슬란드에 머무를 때 알게 된 이야기를 소재로 쓴 장편소설이다. 살인 혐의로 1830년 참수된 Agnes Magnúsdóttir의 사연이다. 같은 소재로 1995년 아이슬란드 영화가 만들어졌고, 이 책의 영화 버전도 할리우드에서 제작 중이라고 한다.


공간적 배경은 아이슬란드 북서부의 바다가 가깝고 산이 험한 지역이다.

당시 아이슬란드에는 감옥이 없었다. 덴마크령이어서 보통 중죄인을 덴마크의 감옥으로 보내고 거기서 형을 집행하는데, Agnes의 경우 '본보기로 삼기 위해' 현지에서 집행하기로 했다. 사용할 도끼를 고르고 망나니를 고르는 등 모든 일은 덴마크 왕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편지가 오고가느라 시간이 걸렸다.(그 와중에 덴마크에선 도끼 가격에 바가지를 씌우고 게다가 쓰고 나서 돌려달라고 한다.) 집행 전까지 죄수가 머물 곳이 필요해 하급관리의 가족이 사는 농가에 돈을 조금 주고 죄수를 떠맡겼다. 거기서 죄수를 일꾼으로 썼다. 살인 사건은 1828년 3월에 일어났고 사형은 1830년 1월 집행되었다.

주인 가족과 일꾼 모두 집안의 badstofa라는 공간에서 같이 잤다(난방 연료를 아끼기 위해). 남자 일꾼이나 주인이 여자 일꾼을 자주 강간했다. 무척 추운 곳이므로 밤에는 요강을 사용했다. 여성의 지위가 상당히 낮았나 보다. 아버지가 귀가하자 둘째딸이 납작 엎드려 아버지의 신발을 벗기는 장면을 보고 조금 놀랐다. 그렇더라도 의견 표명은 자유로운 편인 것 같다. 인구가 적어 조금만 특이한 일이 있으면 소문이 퍼지고 와전되었다.

이 정도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대표적 사실은 아니다.)


아마존에서 북유럽 나라들을 키워드로 검색을 하면 여행 가이드북이 주로 나오지만 간혹 민담, 체류기 등 문화적 측면을 담은 재미있는 책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 소설은 아이슬란드로 검색하다가 줄거리가 흥미로워 보여서 샀다. 우연히 신기한 책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호주 소설은 별로 주목 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고), 유명세가 대단한 소설이었다. 찾아보니 블로거들이 아이슬란드로 날아가 주인공의 묘석 등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찍어 올린 페이지가 여럿 보인다.


영어권에서 다들 극찬하는데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으니... 문장이나 표현은 억지에 클리셰투성이라 내 취향이 아니고, 단지 줄거리와 1820년대 아이슬란드라는 시공간의 디테일 때문에, 그리고 돈 주고 산 책이라서 끝까지 읽었다. 줄거리도 추리 형식처럼 막판에 진실이 드러날 뿐, 그냥 그렇다. Agnes라는 인물의 내력에 사회 문제가 많이 반영되어 있어서 살해 동기에도 사회적 측면이 있을 줄 알았지만 개인적인 원한과 감정만 강조되었다. 책에 실린 작가의 말과 인터뷰를 보면 자료 조사를 철저히 한 듯하고 작가의 상상도 덧붙였지만 사실인 내용이 많다고 한다.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잘 쓰인 논픽션으로 읽으면 훨씬 즐거울 것 같다.


서평: http://www.nytimes.com/2013/09/29/books/review/burial-rites-by-hannah-kent.html


Burial Rites

Hannah Kent

Back Bay Book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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