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보니 여행에세인가본데 여행자가 워킹맘인가보구나.
나도 아이를 쌍둥이를 키우다보니 부딪히는 여러 벽앞에 육아서들을 뒤적이며 읽다가 마주했던 오소희작가님의 책에 큰 자극을 받고서는 아이들과 함께 홀연히 떠나고야 말테야 하는 의지가 가득한 시점이었다. 워킹맘의 여행기라니 아이는 데리고 갔을까 어디로 갔을까 무엇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일단 [뭐 어때, 떠나도 괜찮아] 라는 제목에서부터 '정말이야? 나 떠나고 싶었는데 괜찮은거야?' 위로를 받고 있었다.
이 책에는 혼자서 떠나는 이야기가 나온다.
커리어를 정리하듯하면서 그 과정 속에 여행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작가님은 커리어를 통해 성장하고 여행을 통해 잠시 휴식과 위로하는 시간들을 써내려갔다.
읽으면서 정말 멋짐을 느꼈다.
일단 유럽으로 떠난 것도 그렇고 경력을 쌓아가는 모습도 그렇고
내가 대학생시절 막연히 상상했던 나의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다 이루어내고 계셨다.
내가 해보고자 했지만 해내지 못했었기에 더더욱 그 매력에 빨려들어가며 읽어내려갈수 있었다. 맘에 쏙쏙 와닿는 문장들도 많았다.
아직 내 아이들은 35개월이라서 데리고 어디 한번 나가기가 쉽지 않았기에 자유로이 유럽을 오고가시는 모습에 나마저도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랄까.
그저 다녀와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바로 훌훌 날아갈 수 있는 부분이 너무나 부럽기도 했다. 이런 남편을 만나신건 전생에 무엇을 구하셨기때문인가요 ㅎㅎㅎ
읽으면서 작가님으로 빙의되어 마치 내가 그 일들을 해내고 여행을 다녀오고 답답함을 느끼고 일상의 행복을 찾아낸 것만 같았다.
35p
결혼의 책임이라는 건, 우리의 삶안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내며 함께 올곧은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닐까
타인의 인생이 아닌 내 인생이니까
나는 결혼을 하고 나서 몇번의 여행기회가 있었지만 어찌 결혼한 애가 남편을 두고 친구들이랑 외박을 하니 어떻게 혼자 여행을 가니 등등 고리타분한 시선속에서 그럼 어쩔 수 없이 못가는 가 보다 하며 그게 그런줄로만 알았다.
참으로 바보같았다. 잠시 다녀오는 것일 뿐인데 어디론가 오도가도 못하게 묶여 항상 그자리. 나도 떠남을 사랑하는 종족이었는데...나의 떠남을 당당하게 말 하지 못하였던게 안타깝게 느껴졌다. 나다운 옷을 입지 못하고 주변그늘속-아내라는 자리,며느리라는 자리.그래서 분부를 내려주시면 대기하고 있다가 처리하는 내 의견따위 없는-에 들어가 주저앉아 갈망만 하고 있었던 그 간의 내 모습이 보였다.
그건 농경시대의 모습이닌가...바로 시부모님세대이기도...
그래 이 작가님처럼 나도 준비가 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누구의 허락을 구하기위해 애쓰지말고 다녀와야겠다고 느꼈다. 나를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용기가 생겼다.
38p
떠남으로 생기는 부족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신,
삶은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가겠다는 열망 하나로 결정했다.
나도 이런 열정이 있던때가 있었다.
20대 직장인이 되었을 때 더 큰 꿈을 그리며 조금 더 나은 곳으로의 이직. 하지만 회사가 문을 닫는 것을 두어번 겪었다.
그래서 다른 직업을 찾아 또 이루었고 관련 대학원을 가려고 했으나 금전문제로 좌절되었다.
프리래서로 일을 하고있었으나 시어머니의 2세임신압박에 일을 내려놓게 되기도 하고..
스스로 길을 뚫어가려는 자세가 있었으나 번번히 부딪히는 벽앞에서 어느 덧 열정은 사글어들고 안일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고는 무엇때문에 누구때문에 다른곳으로 이유를 돌리며 변명들로 얼룩을 만들어내던 시기.
그때 당시 나는 나를 재생시키는 그 무언가를 찾지 못하고 몹시 허들허들 방황했었다.
수많은 바쁜 사람들사이에서 할일없이 홀로 길을 잃은 기분이라고 일기를 썼던게 떠올랐다.
p49
운 카페
나도 어딘선가 서툰시도를하며 계속 담담히 부딪혀갔다면 지금의 나는 어땠을까
그땐 결국 힘없이 주저앉아 그저 신랑에게 기대었던것 같다.
냉정과열정사이를 읽으며 언제가 피렌체에 가야지 했던 생각을 고스란히 이루어낸 작가님♡
p53
비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사는 것.
괜히 불안해하지 말라고. 오늘, 지금 여기 이 많은 자연이 준 선물들을 보라고, 얼마나 아름답고 생명력이 강한지.
너 역시 충분히 그 자체로 빛나는 존재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그래 맞아
내 존재를 하찮게 여기지 말자
내가 나를 그 누구보다 먼저 사랑하자
강한 생명력을 뿜어보자
뜨거운 눈물이 포로롱 맺히는 순간이었다.
57p
수수한 옷차림이 뭐가 대수냐는 듯이.
음악을 즐기는 자세는 누구보다 일품이었다.리듬에 몸을 맡기고, 타인의 시선 하나 신경 쓰지 않고 순수하게 예술을 즐기는 태도가 주는 감동이란.
겉모습이 아니라 그사람의 태도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타인을 위한 작은 배려도 살짝은 갖춰줘야겠지만
타인의 시선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는 걸.
순수하게 즐기는 행위는 정말 큰 감동을 선사해주기에.
p70
다락방에서 하룻밤을 지냈다.아침에 눈을 뜨고 본 창문 틈새 사이의 하늘로 해가 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사소한 것을 발견했을 때 마음 가득 차는 행복. 앤트워프는 종소리, 아침의 해, 반짝거리던 길들의 기억으로 내 몸구석 어딘가에 색채를 입힌 듯하다.
그 맑고 파란 빛의 하늘이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나도 마치 그 다락방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느껴져 너무나 행복감이 느껴졌다.
71p
삶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것들이 몰려와 반짝이는 듯 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할 수 있는 한 걱정보다 감탄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듯. 감탄은 지치고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뾰족한 방법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가슴속에 감탄을 많이 담아야한다.
앞으로 삶에 아름다운것들이 잔뜩 몰려올수 있게 하려면
p77
완벽한 삶을 살고 있어야만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걸까. 꿈과 희망은 삶의 빈틈에도 불구하고 잃지 않는 긍정에서 나오는 건 아닐지. 어쩌다 쓰러지고 넘어져도 훌훌 털고 일어나 웃는 여유로움에서 반짝이는 것이 희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흔들리고 휘청거리는 삶을 담담히 걸어가는 누구든 희망을 맘껏 노래한들 어떠한가 하고.
그리하여 나는 희망을 연주한다.
동요와 함께 아름다운 아침을 맞으려하고 어린이집에 가는 길, 아름다운 등원을 하려한다. 애쓰고 있다. 힘든거 다 안다. 욕해도 투정부려도 변하지 않으니 이왕 반짝이며 가자. 꼭 내 힘으로 차를 사고 말테다.
p89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했던 시간들. 자신을 찾아 누볐던 골목길 구석구석의 즐거움들이. 한층 성장한 모습으로 밀라노를 만날 생각에,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이뤘던 꿈이 혹여나 좌절되면 어때, 그 땐 다시 나의 꿈을 꾸자고 다짐했다.
나도 나의 꿈을 잃어버리지 말자. 나의 꿈을 다시 꾸자.
언젠간 이루어지리라. 그때가 온몸으로 느껴보자.
p91
물처럼 흐르듯이 살아라. 어디에도 얽매이지 말고. 자기답게.
너무 끙끙대지 말자. 너무 집중하지 말자. 지금은 운명처럼 그런 시기였다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으니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을 준비하자. 나다운 시간들로 채울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하자. 준비하는 자만이 그 흐름을 타고 유연하게 갈수 있을터이니.
p94
일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찾으려했다고 해야할까. 없던 것을 만들고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을 즐겼다. 가장 싫어하는 것은 주어진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피상적인 변화를 외치는 일이었다.
나도 비슷하다. 너무나 공감이 되었고 작가님의 답답함도 너무나 이해가 되었다. 그러한 성향의 나에게 반문을 하기도 했었다. 왜 못해 왜 싫어 그냥 해. 하지만 그럴수록 내표정은 울상이 되던걸.
그때 나도 내가 그렇게까지 내려갔을때 잠시 다른 공간으로 날아갔다 왔어야 했는데...좀더 빨리 깨달음을 얻을수 있었을텐데... 혼자 있지말고 혼자 떠날껄...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잃었던 안타까운 시간들.
p110
9년만에, 대학원 졸업식을 했다. 삶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이라고 느낄 때 좋은 일들도 함께 찾아와주었다. 고난과 상처를 통해 반짝이는 빛이 들어오는건 아니었을까.
어려움이 다가온 시간에 나는 고민으로만 방황하며 보냈던 시간들. 난 한게 없었다. 무기력했다. 책을 읽으려해도 읽히지 않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작가님은 그런 시간들도 헛트루 흘려보내지 않고 알차게 채워나가 마침내 빛을 만들어냈다. 닮고싶다.
p120
삶의 진득한 무게에 대해, 섣불리 판단하지 않을 즈음이었다.
어느 순간 터널을 지나 지금에 다다르니 나또한 한발 물러설줄 알게 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시작.
p123
스스로를 대접하기 위한 일종의 의식처럼. 혼자라고 평소하던것을 생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랄까.~
고흐의 영혼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인생의 방향을 찾아 헤멜 때 마음의 소리를 듣게해준 고흐,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안녕.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작가님.
고흐와 대화를 나줄 수 있는 작가님.
나를 돌아보게 하고 나를 깨어나게 해주었다.
나를 잃지 말자. 부모님세대와는 다르니까
울엄마처럼 자신을 모두 내어주며 가정에 희생해야만 하는가 갈등을 느끼며 엄마이면서도 나 자신이 되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는 세대니까
내가 나일때 나의 자녀들에게도 자신다움을 자연스레 알게해주는 것일테니까.
절대 사치가 아니고 청승이 아니며 절대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므로 당연하듯 나도 나의 색을 나타내련다.
p157
인생은 때로는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지만 그 안에 분명 웃음과 더 큰 뜻이 있다고.
그래 그렇기에 내가 지금 고통스럽지만 또 고통스러운것으로만 가득한게 아니라 그걸 덜어낼 아름다운 것들도 있으니.
한결 여유로워지고 자신을 사랑해야한다고 말할줄도 알게되고 또 그렇게 하려고 밝은 에너지를 채워가고 있지 않은가. 즐기자.
p166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고 할 때 하루 종일 함께하는 사람들, 하는 일, 나누는 대화는 곧 지금 나의 인생이 된다. 일은 자신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젠 자기다운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강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무슨일을 다시 시작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고 망설여진다. 어쩌면 아직 내게 해야할일이 하고픈 일이 다가오지 않았기때문일지도 모른다. 분명한것은 나도 나만의 일을 원하지만 지금은 육아할때라는 것.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엄마가 되어주는 것이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일이라는 것. 이 일부터 잘 해내자. 아이들은 금방 큰다더라. 그 후에 나 자신을 대변할, 인생속에 채워넣을 일을 찾아도 늦지 않으니.
p173
행여 누군가, 결혼한 애 엄마 혼자 여행을 간다고 괜한 걱정을 해준다면, 책임과 자유에는 여러 차원의 형태가 있다고 말하겠다.
난 청소년기때 가부장적방식에 완전 굳어있는 부모님을 보며 다양성 다원화 존중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마음 문을 열고자 노력했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쭉 지나와 보니
내가 느끼고 있었던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그려놓은 그림의 가족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속 이건 내가 생각했던게 원했던 모습이 아니라며 밀어내고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섞일수 없는 물과 기름처럼 나혼자 둥둥 떠다니며 겉돌고 있었다. 시댁에서 살고 있는 내모습에 스스로 불쌍히 여기며 영혼을 갉아먹고 있었다.
지금에서야 이런 형태로의 가족이란 그림도 있는거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부모님이 다른 곳으로 나가셨기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생긴 걸 수도 있다. 뭍은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건 옳지 않다.
p177
모든 인생에 정답이 없는데. 존재하는 것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사람이고 사랑일지도 모르겠다.인생일지도.항상 자유롭게만 살 수 없고 책임지는 삶이 항상 무겁지 만은 않듯이. 어떤 길을 가보지도 않고, 속단하는 일처럼 애처로움을 느끼게 하는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을 피하지 말고 할 수 있는 한 사랑하며 부딪히며 살자고.
정말 어딘론가 도망치고 싶었던. 뭔지모를 무거운 공기에 눌려 압사하기 직전의 얼굴을 하며 버티고 버티던 작년 가을. 피하고싶고 벗어나고 싶어도 방법이 없던. 그저 기다림뿐이 답이었던 날들.
내가 채워진 사람이었다면 피하지않고 사랑하며 부딪히며 살았을텐데. 그땐 워낙 속이 비어 텅텅 소리가 나는듯 했기에. 꼭 뭐든 지나고 나서야 알게된다.
p186
결국 나 자신으로 살 때, 그냥 자기다운 삶을 살때. 인생의 목적은 진정한 사랑을 하고, 완전한 나를 알고, 피상적이 아닌 진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청소년기땐 내가 나다움을 몰라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이런사람 저런사람이 되어보면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해의 폭이 넓어지지 않을까. 결국 집안반대에 부딪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흘러가니 자연스레 폭은 쪼끔 넓어진듯하다. 물론 내가 겪은 것에 한정해서. 느리게 느리게 철이 드는듯.
나를 알아가는 시간은 참 중요하다.지금의 내가 누군지 인정하게 해주니말이다.100일간 글좀쓰는 여자에 참여한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다.
p203
에리히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이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라고 했다. 사랑은 일시적인 열정의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따뜻한 마음이라는 걸 가족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에서 깨닫는다.
신랑을 사랑할수 없는이유만 찾으려했을때가 있었다.
지금도 뭐 맘에 드는 장점만 인정하려들었는데...
좋았다나빴다하는 퐁당퐁당은 언제까지 하게 될까
이윽고 마침내 그를 제대로 발견하는 눈이 생겨나길...
분가만이 답이라규~
그 후 또다른 문제들이 괴롭힐테지만
지금즉답은 분가.
뭍은 쌍둥이들 생일로 친가에서 외가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축하를 하며 화목이 넘치는 파티를 할 수 있음에 마음깊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