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삶을 위한 고백
yozoh03 2020/01/0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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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 피아노
- 천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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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19-12-05
: 499
'언어’가 주인공이었던 김애란의 <침묵의 미래>를 읽을 때의 기시감이 들면서도 책을 덮을 때까지 생경한 느낌이 여전했던 소설이었다. 작품 속 ‘나’는 죽음 충동에 시달리며 자신과 너, 고통 사이를 끊임없이 배회한다. 따라서 이 소설은 눈에 그려지거나 손에 잡힐 것 같은 인물이나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야기라기보다는 사유나 관념에 가깝고, 상상하기보다는 이해를 요구한다. 정확하게는 이해해보려 노력하게 만든다. 분명 실재하나 실체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잔뜩 쏟아진다. 그러나 그 추상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다. 나의 과거에, 어쩌면 내가 잠시 접어둔 비슷한 사연들이 어떤 문장을 마주치면 잠시 멈칫거리며 동요한다. 나는 그렇게 이 소설을 읽어갔다.
책의 마지막 챕터를 장식하는 ‘작가의 말’이 이렇게나 긴 경우는 처음이었고, 또 이처럼 마음에 와 닿았던 적도 처음이었다. 자신의 글이 작품이 아닌 ‘증상’에 가까운 것이었다고 고백하는 작가. 하지만 “한 인간으로서 내 삶의 절박했던 시절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가 될지 모르면서도 다분히 자전적인 이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았다는 사람. 그런 사람의 말을 그냥 넘길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오랫동안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나를 꿈꿔왔다. 그건 나의 연약함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가능하단 걸 안다. 이 책은 매 순간 그 과정을 겪으며 단단해지고만 한 사람의 이야기다. 죽음을 말하면서 삶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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