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를 너무나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펼쳤다. 우리에게는 정말 떠올리기조차 힘들었던 처참한 사고였기에, 이런 기록들이 어린이를 향한 동화로 어떻게 그려나갔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날의 기억이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도 생생하다. 성수대교가 무너지던 1994년 아침의 충격이 아직 채 정리되지도 않았던 시기였고, 책 속에서 표현되었던 것처럼 '리본으로 포장한 선물 상자'처럼 갖은 치장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던 화려하고 깨끗하고 안전해 보이는 백화점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던 것이리라. 유려한 말솜씨로 사회의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던 기자들도 당황해서 발음이 꼬이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우왕좌왕하던 모습이 여과 없이 TV에 그려지던 날이었다. 그런 큰 충격으로 남아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그 무게감을 잘 조절하며 그려질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되면서 첫 장을 넘긴 기억이 난다.
서태지와 듀스를 좋아하며 운동장에서 함께 춤을 추던 여름날의 도하와 정우의 싱그러운 모습이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이제 영영 도하랑 웃으며 떠들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운동장에서 축구를 할 수도 없고, 얼음땡을 할 때 땡이라고 외쳐 줄 수도 없을 거라고. 문방구 앞에서 오락을 하며 시시덕거릴 일도 없을 거고, 함께 서태지 춤을 출 수도 없을 거라고.'(142쪽)
검은 정장을 입고 앉아 있는 도하를 보며 정우가 생각하는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오열하고 말았다.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그 상황에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반문하게 된다.
"나는 과연 어떻게 기억하고 있었나? 눈 감아버리고 회피하며 분노와 답답함 만을 남겨두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정우가 답답하고 화가 나서 선생님께 물음을 던진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죄책감도 없는데, (중략)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아야 하나요?"(147쪽)
그 당시 우리가 던졌던 질문들이다. 이런 섬세한 이야기들은 사실로써 전달하거나 단편적인 역사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그래서 이 책이 특히 더 좋았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그 속에서 당연히 느꼈을 마음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녹아들 듯 공감하게 되는 힘이 있었다.
그 무게나 울림은 유지하되 과하지 않은 담백함으로 여러 대상들의 다양한 상황들을 담담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아프고 불편하더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기억했으면 합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서 이 동화의 방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다.
6학년 사회에서 근현대사를 함께 이야기 나눌 때, 늘 무겁고 어렵고 답답하면서 동시에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었는데, 함께 온책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당시의 사회상과 진정한 리더십, 사회적 책임감 등 다양한 주제로 의견을 나눠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1995, 무너지다>는 동화책으로서도 역사를 바르게 알아가야 할 우리 어린이들의 역사책으로도 굉장히 뜻깊은 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재난의 순간에 함께 했던 그때의 우리들에게도 어떻게 딛고 나아갈 것인가, 그리고 공감하고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준 의미 있는 도서이다. 이런 울림이 큰 도서는 읽고 난 후 한참을 여러 생각으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된다.

*별숲 출판사의 도서 후원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렇게 울림이 있는 도서를 만날 수 있어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