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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zel님의 서재

읍내동에서 그나마 똑똑한 아이로, 취급받던 나는 전민동에 오자 멍청한 아이가 되었다. 달라지는 시도 예측이 정확한 사람은 대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얼마나 많은 냄비를 써봐야 어느 냄비를 쓰든 라면 물을 정확히 맞출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문제를 풀어봐야 어떤 선생이든 무슨 문제를 발지 알아맞힐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이 꽃을 키워봐야. 얼마나 많이꽃을 죽여봐야. 다짐을 더 자주 다지는 것밖에는 내가 나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다짐에 골몰했다.
소영의 예측 방식은 달랐다. 내 방식이 먼 곳에 놓인 돌멩이를보려는 거라면, 다른 사람들의 방식이 쥐고 있는 돌멩이를 꾸준히 쥐고 있는 거라면, 소영은 돌멩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바둑을 두는 방식이었다. 현실에 두는 돌 하나로 미래의 돌의 위치를바꿔놓았다. 소영의 곁에서 나는 까마득하게 느껴졌던 미래가 현실을 향해 마구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했다. 막연한 단어로만 꺼내보았던 미래가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것을 목격했다. 소영은현실이라는 그물로 미래를 포획하는 유일한 아이였다. 제 마음대로 꽃을 피우고 죽일 수 있는 유일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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