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머릿속으로만 하는 생각이 그대로 입 밖으로 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아무래도 며칠도 지나기 전에 내 주위 사람들을 전부 잃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렇다고 말하고, 싫다고 생각하면서 좋다고 말하게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나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그럴 것이다.
<오렌지와 빵칼>의 주인공 영아는 통제력을 잃는 시술을 받아 4주간 한 마디로 ’이성의 끈‘이 끊어진 상태가 된다. 그는 폭력적인 사건을 찾아보며 환희를 느끼고, 평소에는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던 말을 내뱉으며 통쾌해한다. 시술의 힘을 빌려 누린 자유로운 쾌락의 위험을 깨달은 영아는 끝내 자신을 원래대로 되돌려 달라고 애원하지만, 이미 한번 끝없는 자유를 누리고 난 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상태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게 된다. 그가 핸드백 안에 넣어둔 칼을 만지작거리는 장면에서 독자는 이미 결말을 예상하게 된다. 파운드케이크를 자르는 것이 고작일 빵칼을 든 영아의 모습.
알싸하고 상큼한 오렌지맛이 느껴질 것 같은 짙은 주황색의 표지와 같이, 툭툭 화두를 던지는 방법으로 서술해 나가는 청예 작가의 문체 또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SF 미스터리 장르라기보다는 심리 스릴러에 가까운 것 같긴 하지만, ’오렌지‘와 ’빵칼‘이라는 소재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독특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달기만 하면 재미없고, 상큼함이 있어야 단 게 더 달게 느껴져.- P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