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특급 하야부사는 일명 ‘블루트레인’이란 애칭으로 불리는 호텔식 침대열차로 이 책이 출간되었던 1980년대 당시 비싼 운임으로 인해 아무나 탈 수 없었던 특급의 고급열차였다. 이 소설에서도 후반부에 가면 요시키 형사가 직접 이 열차를 타보고 내부를 묘사하는 장면이 있어서 굉장히 호화롭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완벽하게 갖춰진 혼자만의 공간에서 기차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환상적인 일이다.
작년에 <기발한 발상 하늘을 움직이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시마다 소지의 또 다른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침대특급 ‘하야부사’ 1/60초의 벽>도 즐거운 기대를 안고 펼칠 수 있었다. 일단 사건을 추적하는 ‘요시키 형사’라는 인물이 상당히 매력적이라(그래서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이 키 크고 잘 생긴 매력적인 형사님이 구조 지즈코라는 인물과 만나는 헛된 상상을 버릴 수 없었다. 물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 소설은 ‘구조 지즈코’라는 인물이 살해당한 사건을 추적하는 것이므로ㅡㅡ;) 도입부부터 묘한 긴장감으로 술술 넘어갔다.
침대특급 '하야부사'를 타고 규슈에 여행을 간다고 자랑했던 구조 지즈코라는 아름다운 여인이 자신의 집 욕실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것도 얼굴의 피부가 벗겨진 엽기적인 모습으로. 집 안의 귀중품은 없어지지 않았고, 사체를 다룬 방법이 잔혹하다는 이유로 경찰은 ‘원한’ 관계에 의한 살인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마침 이웃주민들에 의해 지즈코의 사망 추정 시각으로 생각되는 시간에 그녀가 어떤 남자와 다투는 소리, 그 남자가 황급히 지즈코의 집에서 빠져나가는 모습 등에 대한 증언을 얻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지즈코가 죽어 있었다고 추정되는 그 시각에 놀랍게도 하야부사에 타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발견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하야부사에 탄 지즈코가 유령이 아니라면 이 사건에는 대체 어떤 트릭이 숨어 있는 것일까.
시마다 소지는 당시 사회파 추리소설이 우세했던 시대에 ‘신본격’ 추리소설을 추구했던 작가다. 이 책의 도입부에 묘사된 모든 요소들이 범인이 밝혀지는 후반부에 가면 아귀가 정교하게 들어맞는다. 많은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소거해가면서 진범을 밝히는 과정은 정통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혹할 만하다.
우연히 열려 있다고 생각했던 범죄 현장의 창문조차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던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뒤통수를 치는 반전이 등장해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시마다 소지의 추리소설은 일본 추리소설의 주류를 이루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범주에서는 다소 벗어나 있으면서도 소설 전반적으로는 정통의 논리적 추리와 감성적 정서가 묘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어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사족이지만 이 요시키 다케시 시리즈는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시리즈라고 해서 드라마를 좀 뒤져봤다. 바로 후회하고 있다. 아 놔.... 그냥 상상 속의 요시키 형사로 놔뒀어야 했는데. 시마다 소지 본인의 분위기가 더 요시키스럽다. 아무튼 이 여름밤이 아깝지 않은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다.